'혈세낭비' 오명 씻고 경영정상화 본격화…내년 실적도 '맑음'
'수출대란'에 매월 임시선박 투입…수출기업과 '상생'체계 구축
ICT융합·자율운항 기술 개발로 글로벌 '탑' 경쟁력 확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낸 HMM이 드디어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정부의 해운업 재건 정책에 힘입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HMM은 이제 '국적선사'로서의 책임을 다해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 수출강국 대한민국의 '대동맥'이 되겠다는 포부를 현실화 시켜나가고 있다.
HMM의 전신인 아세아상선은 1976년 현대그룹 계열사로 설립됐다. 이어 1983년에 현대상선으로 상호를 변경해 우리나라 수출 화물 운송에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그러다 2016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고, 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가 KDB산업은행으로 바뀌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실시됐다. 이어 현대상선은 지난 4월 37년만에 회사명을 HMM(에치엠엠)으로 변경하고 새출발의 신호탄을 쐈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제작년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금 긴급수혈을 펼쳤고 당시 여론은 "어차피 망할 기업에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해운운임 급등, 글로벌 수요 증가 등 업황이 개선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HMM은 지난 2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3분기 영업이익은 2771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HMM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746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이같은 실적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는 이같은 성적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우량화주 확보, 운영효율 증대 및 비용절감 방안을 더욱 정교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정보기술(IT) 시스템 개선 등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와 영업 체질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HMM은 수출할 배를 구하지 못해 곤경에 처한 우리 수출 기업들을 위해 임시선박을 잇따라 긴급투입하며 국적선사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출기업들은 최근 미국의 소비재 수요 증가, 블랙프라이데이, 춘절 등으로 수출계약 물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컨테이너선박을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선박대란'을 겪고 있다. 해외선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중국-미국 노선에만 집중적으로 선박을 배치한 탓이다.
이에 HMM은 지난 8월부터 미주 노선에 컨테이너선 총 5척을 임시 투입하며 수출기업 지원에 나섰으며, 매월 특별 임시편 선박을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기 서비스 선박은 목적지 도착 후 선적량의 50~60%를 화물로 채워 돌아오지만, 긴급 투입된 임시선박은 빈 채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 손해가 불가피하다.
HMM은 "단 한 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선사가 운영하는 100척에 가까운 선박의 모든 기항 일정, 항로 계획, 하역 순서 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어려움과 손실에도 불구하고 국적선사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앞으로도 임시선박 투입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HMM은 중소기업들에 선적공간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며, 애로사항 해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상생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HMM은 선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안정적·효율적·체계적 관리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HMM은 지난 9월 부산에 국내 해운업계 최초로 선박종합상황실을 개소했다. 선박종합상황실은 전 세계 바다 위에 떠있는 HMM 스마트 선박들의위치, 입출항 정보, 연료 소모량, 태풍 등 기상 상황, 화물 적재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위험요소 사전 식별 및 관리, 주요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선박의 효율성 향상과 안전 운항을 지원한다.
아울러 HMM은 한국선급(KR), 삼성중공업과 스마트·친환경 선박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친환경 대체연료 관련 기술과,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선박 솔루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HMM은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 해운물류시스템 개발,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화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등 해운 디지털화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선박종합상황실에서 실시간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운항선박 개발·분석에도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운항선박 기술은 선박이 지능화된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선박 운영의 안정성·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고도화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통한 오염물질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HMM 관계자는 "세계 해운산업은 선박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를 위한 친환경 선박의 시대로 진입했다“며 "HMM이 축적해온 선박·선단 관리 노하우를 접목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스마트십 솔루션들이 개발 검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