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정진행 라인 대신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알버트 비어만·지영조 사장과 '미래 부회장단' 구성 예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한달 만인 15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현대차그룹 수뇌부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오랜 기간 회사에 공헌했던 부회장단이 사실상 ‘해체’됨에 따라 정의선 회장이 직접 영입하거나 정 회장과 인연이 깊은 젊은 사장급 인사들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김걸·공영운·장재훈·지영조 등 사장급 인사들은 정의선 체제 하에서 ‘미래 부회장단’을 구성할 인물들로 부각되고 있다.
이날 인사에서는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은 윤여철 현대·기아차 노무 담당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만 남게 됐다.
사장급 경영진 중에서도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서보신 현대차 사장이 현직을 떠나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부각되는 변화는 정의선 회장의 ‘복심’으로 불려온 젊은 사장단의 부상이다. 특히 정의선 체제에서 새로운 그룹 경영의 핵심 축 중 하나를 맡을 것으로 예상돼온 장재훈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눈길을 끈다.
1964년생으로 정 회장의 고려대 동문인 장 신임 사장은 2018년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지난해 말 국내사업본부장을 겸직했고, 올해 8월에는 제네시스 사업부장까지 담당하는 등 현대차의 핵심 요직을 홀로 감당해 왔다.
두 부회장의 퇴진과 장 사장의 승진으로 정의선 회장을 보좌해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 핵심 경영진의 구성이 완료됐다.
과거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이끌던 시절 핵심 브레인이었던 김용환(기획조정)-정진행(전략기획) 라인을 대체할 김걸-공영운-장재훈 라인 구축을 통해 정의선 회장의 친정체제가 본격화된 셈이다.
김걸 사장과 공영운 사장은 이번 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른바 ‘원로 부회장단’ 퇴진 이후를 책임지는 핵심 경영진으로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됐다.
1965년생인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은 정 회장과 같은 고려대 동문이다. 정 회장이 그룹 총괄을 맡게 된 2018년부터 김용환 부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을 책임져 왔다.
정 회장을 보필해 그룹 계열사 및 인사 관련 사안과 지배구조 개편 등 중요 현안을 처리하는 명실상부한 최측근이다.
공영운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도 정 회장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힌다. 언론인 출신인 공 사장은 2005년 현대차그룹으로 영입된 이후 홍보실장을 맡은 뒤 정 회장의 해외 출장길을 여러 차례 수행하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생인 공 사장은 2년 전부터 현대건설로 이동한 정진행 사장의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이 외부로부터 영입한 사장급 인사들도 미래 부회장단을 구성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2년 전 물러난 양웅철 부회장과 권문식 부회장을 대신해 연구개발(R&D) 분야를 이끌어 왔으며, 이번에 서보신 현대차 생산품질담당 사장이 물러나면서 비어만 사장의 권한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2017년 삼성으로부터 영입한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도 그룹의 핵심 참모진의 한 축을 맡는다. 정 회장이 미래 비전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IT 기술 접목이 필수적인 만큼 지 사장의 역할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