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정부 개입으로 시장 상황 더욱 악화
한층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이달 국회 처리 전망
모든 규제는 진흥과 보호, 균형과 발전, 공익추구 등 ‘선의’로 포장돼 있다. 의도한 대로만 된다면 세상은 더 많은 규제를 통해 완벽하고 윤택해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 규제와 간섭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규제의 역설은 시장이 불안하다며 시작한 정부의 개입이 거꾸로 문제를 악화 시키는 현상을 일컫는다. 규제시책을 만들 때 기대했던 순기능 보다 역기능, 부작용이 훨씬 더 큰 경우다.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비정규직보호법, 임대차보호법, 최저임금제, 적합업종제도 등 현재진행형 사례가 무수히 많다. 역기능과 부작용이 많은 규제는 여전히 범람한다. 그 이유는 세상이 불완전 하다는 이유로 정부 개입의 손길을 요청하는 수요가 많고, 또 그를 지지하는 여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산법) 역시 여기에 빠지면 서운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21대 국회에 상정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14개에 이른다. 이 중 2개 법안을 빼고는 모두가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더욱 촘촘히 짜야 한다’로 요약된다.
특히 정치권은 이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당이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아울렛까지 월 2회 영업규제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식자재마트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겠다며 한술 더 뜨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자영업 보호 등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실상은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간섭을 합법화하는 규제란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당사자인 기업의 고충과 의견에는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도 외면한지 오래다.
설상가상 갈수록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전통시장을 살린다’며 시작한 대형마트 규제만 하더라도 실패 사례를 명확히 보여주지만, 현실을 바로 잡지 않은 채 복합쇼핑몰 등으로 반경을 넓혀 나가고 있다.
제도는 시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당초 유산법도 그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맞지 않은 것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과거 시각만 고집한다면 올바른 규제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입법 공포’가 커질수록 기업 활동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선의의 경쟁에는 공정함이 전제가 돼야 한다. 어떠한 경기의 흥행을 결정하는 중대한 변수는 관중의 기호, 경기장 시설 등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기규칙과 심판의 공정성이다.
헌데,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둘러싼 환경은 해도해도 너무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성장 엔진은 이미 온라인에 밀려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위중한 현 위치와 암울한 전망을 뒤집으려면 변하고 바꿔야 한다. 변화의 노력없이 혁신을 바라는 정부의 어리석음은 모두에게 불행만 안겨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