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던 정책 발굴·지역 비전은 어디로?
LH 사태로 박영선 지지율 급락하자 'MB 탓'
가덕 효과 못 본 부산은 '盧 vs MB' 대결로
前정부 탓·네거티브전, 역효과 가능성도
4·7 재·보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당초 174석 '거여(巨與)'가 약속했던 정책 발굴과 지역 비전 제시는 온데간데없고 '남 탓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4·7 재보선 기획단을 출범시키면서 '책임 정치'와 '지역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여권 주도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지지율의 오름세가 보이지 않자, 여당이 '과거 정부 탓'과 '검찰 탓'을 하며 '네거티브 공세'에 올인 하는 모습이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5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LH 파문'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한 후 비대한 조직 내부에서 쌓여온 부정부패와 적폐가 터지고 있는 것"이라며 "해체에 준하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현재 'LH 사태' 진원지를 이명박(MB) 정부로 지목한 것이다. 그러면서 "방대한 기구를 개편해 상호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민의 주거복지기관으로 환골탈태시키겠다"고 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후 오마이TV 주관으로 열린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암흑의 시대 그림자가 드리우는 상황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며 "서울시가 대전환으로 갈지, 대혼란으로 갈지 결정하는 선거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4일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재직 시절)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지만 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검찰 책임론'을 제기했다. 추 전 장관도 이날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를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선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과 같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조장한 세력은 바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수사·기소를 하지 않고 유착한 검찰"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부산에서 개최된 '상임선대위원장-부산지역 선대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사실상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간 대결로 규정했다. 이 위원장은 "부산시장 선거는 공교롭게도 가덕도 신공항을 처음 추진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이어받은 후보와, 가덕도 신공항 계획을 중단시켰던 이명박 정부의 사람이 대결하게 됐다"고 했다. 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 의혹이 불거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MB 실세'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노무현 향수'를 자극해 김영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민주당은 박 후보에 대한 MB 국정원 불법 사찰 연루 의혹 외에 박 후보 관계자와 가족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박형준 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후보는 민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허위사실"로 규정하고,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LH 사태 수습이 좀처럼 안 되고 서울·부산 선거판 상황이 좋지 않자 민주당이 결국 '이명박 프레임'을 꺼내면서 '정쟁의 불구덩이'로 뛰어든 것"이라며 "집권여당으로서 미래지향적 정책을 제시하며 야당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던 민주당의 당초 전략이 다 깨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창흠 사퇴, 특검, 부동산 투기 국회의원 전수조사, LH 입법 대책 마련 등 온갖 대책을 다 꺼내놨지만 효과가 없으니 결국 과거 정부 탓을 하고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하며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일부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체 선거판을 봤을 땐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