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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정기예금 인기몰이…제로금리에 1%도 '감지덕지'


입력 2021.03.30 06:00 수정 2021.03.29 12:5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만 2조6000억 쓸어 담아…부진한 경쟁사들과 대조

제로금리 속 이자율 차별화 눈길…은행도 고객도 '윈윈'

국내 5대 은행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하나은행의 정기예금에 올해 들어서만 2조6000억원 넘는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곳들의 정기예금에서 같은 기간 4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분명 남다른 인기몰이다.


제로금리 시대 속 정기예금 금리가 0%대로 추락한 가운데 비록 작은 차이지만 개인에게는 1%대 금리를 제공하고, 더불어 기업 고객들을 적극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선보이면서 은행과 소비자 모두 윈윈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은 총 630조347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604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전체적인 흐름과 달리 은행별 상황은 다소 엇갈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이 확보한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126조9654억원에서 129조5763억원으로 2조6109억원 늘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의 정기예금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우선 우리은행의 정기예금이 118조373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조2435억원이나 감소했다. 국민은행 역시 129조6186억원으로, 농협은행도 131조7642억원으로 각각 1조6176억원과 1조6296억원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 잔액은 9194억원 늘어난 121조144억원을 기록했지만, 하나은행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증가폭이었다.


이처럼 올해 초 대다수 은행들의 정기예금이 맥을 추지 못하는 배경에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 호황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 불면서, 은행 예금에 남아 있던 부동자금은 엑소더스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 악조건에도 하나은행이 정기예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우선 개인 고객에 대한 금리 차별화가 꼽힌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지면서 시중은행 정기예금도 대부분 1%에 못 미치는 금리를 책정하고 있는데 비해, 하나은행은 1%가 넘는 이자율을 제공하면서 개인 소비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했다는 평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5대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개인 고객용 주요 정기예금 상품들의 우대금리 포함 최고 연 이자율은 평균 0.93%다. 그리고 조사 대상 상품들 가운데 금리가 1% 이상인 정기예금은 5개에 불과했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3개가 하나은행의 상품이었다.


이와 동시에 기업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점은 하나은행이 정기예금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속에서 안정 자금을 지키려는 기업들의 수요를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하나은행은 법인 쪽 자금 조달 확대가 최근 정기예금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기예금 확대는 고객뿐 아니라 은행의 이해도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출이 급증하면서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이하 예대율)이 규제 마지노선인 100%를 넘나들고 있어서다. 은행들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시작하면서 예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단기간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은행들로서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다만, 저금리 심화와 자산 시장 호황 속에서 예·적금의 인기가 식고 있는 점은 은행들에게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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