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수 년에 걸친 투쟁…갈수록 극단으로 치닫아
지나친 요구 삼가고 상생으로 미래 그려 나가야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을 둘러싼 상황이 그 무대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한 듯하다. 최근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눈물의 삭발식’도 진행했다. 대립은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노조 투쟁에 얽힌 사연은 따로 있다. 홈플러스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폐점을 전제로 매장을 계속 매각해, 일자리에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4개 점포를 매각 처분한데 이어, 올 들어 2개점의 폐점 매각을 발표했다.
사측은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거주지와 다른 곳에 배치되는 문제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반대측 입장이다. 그렇다면 홈플러스가 ‘알짜 점포 매각’이란 뼈아픈 자구책을 실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2010년 대형마트 출점 규제를 시작으로, 2012년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제한 등을 강제하며 유통업 규제를 본격화했다. 제정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균형 있는 발전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대형마트를 못 가게 하면 전통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판단이 컸다.
하지만 정부의 시대착오적 판단은 위기를 불러왔다. 업종 자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온라인 쇼핑몰의 파상 공세로 입지가 급속히 좁아졌고, 버티다 못한 업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럼에도 정부의 ‘낡은 법안’은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는 현실에 ‘눈 감고 귀 닫은 듯’ 하다. 최근 이들은 호봉제로의 전환과 일부 인사권, 익스프레스 주 5일제 도입 등을 놓고 강도 높은 시위를 진행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대목은 홈플러스의 경영여건이 노조의 의견을 모두 수용할 만큼의 여력이 있냐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 홈플러스 노조가 보이고 있는 행보는 현실에서 일반적인 시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양보는 말할 것도 없고 적정선 유지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동참하려는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경영여건 변화는 모르쇠, 내 몫 챙기기식 떼쓰기만 있다.
물론 노동자들의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헤아리기 어려울 고통임이 분명하다. 다만 주장에 힘을 얻기 위해서는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쌍팔년도식 격언은 힘을 잃은지 오래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야 오래간다.
이제는 당초 노조 설립 취지를 돌아볼 때다. 노조가 주장하는 고용불안 해소와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선 홈플러스의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부터 이뤄져야 한다. 잇단 파업과 투쟁 대신 상생을 통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노조의 발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살아남아야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