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미투제품, 안 막나 못 막나…표절과 모방 사이, 속 끓는 외식업계


입력 2021.05.24 07:00 수정 2021.05.21 14:2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오래 전부터 업계 관행처럼 이어져…“무분별 베끼기 지양해야”

국회, 미투 창업 방지법 발의…법적 다툼에선 원조 승소 어려워

시장 확장하고 소비자 선택지 확장 등 일각선 긍정적 측면도

인스타그램에 공유되고 있는 로제떡볶이 게시물 ⓒSNS캡처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미투상품’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기껏 공들여 만든 메뉴를 하루아침에 도둑맞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핵심 재료는 물론 맛까지 경쟁사 제품과 흡사하게 출시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특정 음식 메뉴가 유행을 하면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 생기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요즘 인기가 높은 로제떡볶이부터 과거 대만 카스테라, 흑당밀크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름과 레시피를 교묘하게 바꿔 비슷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다반사다.


미투상품은 시장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할 목적으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미투상품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경쟁사 간 소송전과 비방전 등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외식업계서는 ‘조리법 도용’으로 불리기도 한다.


외식업계에서 조리법 도용 논란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성 상 법적보호를 받기 쉽지 않고, 도용을 당해도 상대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된 로제떡볶이 레시피를 둘러싼 사건도 누가 원조인지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리법 도용 논란은 매우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을 만큼 뿌리가 깊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경북 포항 덮죽집의 메뉴 표절 사건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어두운 관행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밖에도 과거 대만카스테라, 과일소주, 마라탕, 흑당밀크티 등이 업계서 내려오는 유명한 사례로 손꼽힌다. 별다른 차별화 없이 선도 브랜드의 메뉴와 소싱노하우를 그대로 베껴 원작자는 수요를 뺏기고, 심한 경우엔 사업을 접는 사태까지 일어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동원F&B 양반 차돌육개장,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차돌육개장ⓒ각 사 제공

최근에는 조리된 음식을 포장하는 ‘패키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1위 제품의 패키지를 그대로 가져와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디자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래 구입하려던 제품이 아닌 경쟁사 제품을 사도록 유인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목소리다.


때문에 외식업계에서는 미투상품은 오래 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특정 기업의 개발 성과에 무임승차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한 기업의 연구개발(R&D) 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식품은 표절과 모방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유튜브, SNS 등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조리법이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증명이 더욱 어려워 졌다는 게 외식업계 보편적인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조리법이 저작권이나 특허를 인정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적용되는데, 조리법은 이런 창작물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기 위한 기능적 설명 또는 아이디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간판이나 인테리어, 메뉴 몇 개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운영상 노하우부터 제품공급에서 차이점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브랜드가 뜬다 싶으면 그 브랜드 소싱하는 데를 찾아서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장 입장에서도 유행한 메뉴가 없을 경우 소비자가 빠르게 이탈하기 때문에 특정 메뉴를 취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어려운 점이 뒤따른다”며 “국회에서도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미투 창업 방지법’이 발의돼 있지만, 수년 째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BBQ 인기 사이드메뉴 치즈볼 ⓒ제너시스BBQ

반면, 외식업계의 미투 관행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원조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되 차별점을 부각시킨 미투상품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경쟁으로 인한 맛, 가격 등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2013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내놓은 뒤 미투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냉동만두시장이 확대됐다. 안주 간편식(HMR)시장은 대상 청정원이 2016년 ‘안주야’를 선보인 뒤에도 동원F&B, 오뚜기 등이 뛰어들며 시장규모를 대폭 끌어올렸다.


또 bhc치킨이 치킨과 함께 곁들여 먹기 위해 선보인 ‘치즈볼’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교촌과 BBQ 등 경쟁사들도 다양한 맛의 치즈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사이드 메뉴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치킨과 함께 다양한 메뉴를 맛 볼 수 있게 됐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는 트렌드가 빠르고 유행을 굉장히 많이 타는 업종 중 하나다. 음식은 잠깐 유행했다가 또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며 “레시피는 물론 포장지라도 비슷하게 만들면 잠깐의 유행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어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 레시피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조리법 측면에서 미투 제품이라 말하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장기적으론 공생이 아닌 공멸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베끼기 보단 회사의 개성이 담긴 메뉴를 연구개발해 내놔야 트렌드를 선도하고 오래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