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체육계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3연임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소위원회는 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신관에서 소위원회를 개최, 이기흥 회장 3연임 도전 승인 여부에 대한 1차 심사를 진행했다. 스포츠공정위는 심의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12일 예정된 전체 회의에서 이기흥 회장의 3연임 도전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12월 중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내년 1월 14일 실시하는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현재까지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체육계 개혁을 외치며 체육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 회장은 기어이 3연임에 도전할 기세다.
물론 이 회장이 3선 도전과 관련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3선 도전을 위해서는 스포츠공정위 심사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하는 만큼 사실상 출마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심사 신청 뒤 곧장 포르투갈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이기흥 회장은 2016년 처음 회장에 당선, 한 차례 연임에도 성공했다. 연임 임기는 올해로 만료된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은 임기(4년)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선 이상 연임에 나서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국제무대 영향력(국제단체 임원 활동 여부), 재정 기여도, 해당 종목 경쟁력 강화 여부 등을 종합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기흥 회장의 3연임 심사는 스포츠공정위원 15명 가운데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위원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한다. 문제는 스포츠공정위가 과연 공정성 있는 심사를 할 수 있느냐다.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대부분은 이 회장 추천 인사다.
대한체육회 소속의 스포츠공정위는 김병철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이기흥 회장의 특별보좌관직을 수행했고, 2019년 5월부터 지금까지 스포츠공정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측근이라 (심사)공정성이 의심 된다”는 지적에 대해 김병철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이기흥 회장의) 측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의 친분설도 완강하게 부인한 인물이다.
문체부를 비롯해 대한체육회 노조 등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기흥 회장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들이 이 회장의 연임을 심사하는 것을 두고 '셀프 심사'라고 판단했다.
이에 문체부는 임기 연장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 엄격한 심사가 필요한데도 현재 상태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심사의 일반법 원칙인 제척·기피·회피에도 위반된다고 판단,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의 불공정성 개선을 권고했는데 대한체육회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문체부는 지난달 10일 불공정 개선 이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감사원에 문체부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여론을 생각하면 (이 회장 출마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이 회장이 당선되더라도 문체부가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4일 문체위 종합감사 때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대한체육회 노조는 이날 스포츠공정위 소위 회의실 앞에서 이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공정위에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심의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 회장은 그동안 국회·정부·언론 등의 비판과 노조의 두 차례 규탄 성명서 발표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나 변화 없이 기어코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대한체육회장 3연임 신청을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 회장은 현 시각에도 여전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참석을 피하고자 각종 꼼수 국외 출장 일정을 무리하게 잡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 직원들을 향해서는 일말의 변명이나 사과 없이 도피 행보만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