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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 개발' 주민 70% 반대…"공공 앞세워 불통"


입력 2021.09.03 06:34 수정 2021.09.02 17:58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주민 동의요건 없이도 강제수용, 사업추진 가능

"일부 쪽방주민 위해 모든 소유주 재산권 박탈은 부당"

국토부, "제도미비 인정, 현실적 대안 없다면 기존방식이 바람직"

정부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서울역 쪽방촌 공공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는 모양새다.ⓒ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정부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서울역 쪽방촌 공공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는 모양새다.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대다수 반대 의견을 외면하고 주거복지를 명분으로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관련 사업설명 안내문'을 토지등소유주들에게 일괄 발송했다. 지난달 26일 주민들이 직접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낸 이후 첫 공문이다.


당시 일부 소유주들은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정부의 일방적 개발사업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삭발식까지 감행했다. 쪽방촌 주민을 위해 모든 소유주 재산권을 박탈하는 건 부당하단 주장이다.


집회 이후 대책위 임원 및 소유주 측 변호인들은 국토부 관계자들과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주민들은 최소한의 동의 요건도 없이 동자동 일대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개발방식 철회와 공공임대를 포함한 민간개발안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 등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토지등소유주들에게 전달된 안내문에는 기존 정부가 추진하려던 공공개발 계획안이 담겨있을 뿐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돼 있지 않았다.


국토부는 동자동 일대 약 4만7000㎡ 부지에 대한 지구지정을 연내 완료하고 2023년 토지보상에 착수, 2030년 총 2410가구 규모의 주택지구로 조성한단 방침이다.ⓒ뉴시스

국토부는 동자동 일대 약 4만7000㎡ 부지에 대한 지구지정을 연내 완료하고 2023년 토지보상에 착수, 2030년 총 2410가구 규모의 주택지구로 조성한단 방침이다. 공공임대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 960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갈등의 불씨를 지핀 건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개발방식이다. 국토부는 이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주택을 공급하겠단 계획이다. 2·4대책에서 마련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절차는 동일하지만 주민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도 정부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미 올 2월19일 주민의견 청취기간 마지막 날, 전체 소유주 350여명 가운데 72%가량이 지구지정 반대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정부가 사업을 강행하겠다면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토지보상 및 재정착 방식도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소유주들은 현금채권 및 대토보상 중 보상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향후 우선분양권을 받게 된다. 다만 우선분양권을 통해 재입주하려면 공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무주택자 지위를 유지해야만 한다.


사업지구 외에도 1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라면 나머지 주택을 모두 처분해야 입주대상자에 포함된다. 토지지분 대비 소유주 비중이 높아 대토보상 역시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동자동 개발 관련 법률자문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고구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현금청산을 하고 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택지를 개발할 때 적용하는 법안을 도심 주택공급에 적용하겠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가령 대토보상으로 10억을 받으면 세금이나 금융기관 대출 상환 등을 통해 수중에 들게 되는 돈은 5억에 불과해 개발 후 동일한 조건의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그 이상의 돈을 들여야 한다"며 "우선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고 수용당하는 토지가 많은 주민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사실상 재정착이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쪽방촌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원주민들이 되레 내몰릴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민간개발 등 다른 대안이 없다면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주민들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정부가 당초 노후주거 재정비와 쪽방촌 주거복지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종합적으로 공공주택지구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 있는 개발안을 가져오면 거기에 대해 논의하고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사업 방향을 다시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안이 없다"며 "다만 다주택 소유주가 우선분양권을 받지 못하는 등 불리한 부분들에 대해선 제도개선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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