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차례 예측 실패 이어
세 번째 전망 엇나가자 부총리 ‘사과’
전문가 “관련 데이터 민간 공유해야”
나라 살림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가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세수 예측이 또다시 빗나가며 기재부의 세수 전망 능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 세수 예측 방법을 보다 정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방역조치 연장 및 소상공인 지원관련 정부합동 브리핑’ 자리에서 “예측을 잘못해 과다한 초과 세수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머리 숙여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초과 세수와 관련 부총리 사과만 벌써 두 번째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2021년 세수 수입을 282조7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전년보다 적은 수치다. 지난해 경제성장이 플러스(+)로 돌아설 게 확실했음에도 기재부는 국세 수입을 오히려 적게 잡았다.
결국 지난해 7월 기재부는 31조6000억원의 초과 세입이 예상된다며 세수 추계를 정정했다. 다시 4개월 뒤인 11월에 19조원 정도 세수가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세수 추계에서 틀린 금액이 50조원이 넘자 결국 홍 부총리가 나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지난 13일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를 발표하며 7조8000억원 이상 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추계를 새로 고쳤다. 앞서 수정한 것과 합산하면 무려 60조원 가까운 세수를 잘못 계산한 셈이다. 결국 반년 남짓 사이 세수 전망을 3번을 고치고 부총리가 두 번을 사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가 재정에서 세수 예측은 최대한 정확해야 한다. 경제가 항상 불확실성을 띤다는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해야 정책 추진은 물론 사회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규모 세입 전망 오차는 합리적 재정 운용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정책의 신뢰도를 낮춘다”고 꼬집은 바 있다.
현재 기재부는 여러 기관에서 내놓는 경제지표 전망치를 근거로 매년 걷힐 세금 규모를 예측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수출입 증가율, 민간소비 증가율 등이다. 더불어 자본시장연구원 증시 전망이나 국토연구원 부동산 전망 등 자산시장 관측 자료도 더해진다.
문제는 경제의 유동성이다. 실제 경제는 이러한 예측 지표와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세수를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세수 전망의 오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작성한 세입예산 추계분석보고서는 세입 등 전망 오차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는 단년도 예측치와 실적치를 제시하는 수준으로 작성됐다”며 “세입예산 전망 오차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별 분석과 세입예산 전망 오차의 과거 발생 추이 등 다각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전망 모형을 만들어 검증하고, 전망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모형과 자료를 민간 전문가에게 공개해 검증받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정부는 세수 추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쥐고 있지만 제대로 추계할 인적 역량이 취약하고,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보다 나은 전망 모형을 만들 수 있지만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양쪽이 힘을 합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전망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는 지난 11월 세수 전망을 수정하면서 세수 추계 모형 개선을 약속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세수를 추계하는 모형 자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여러 차례 점검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절차)도 투명하게 하는 등 추가 보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홍 부총리 발언 이후 기재부는 실제 세수 전망 오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추계 모델을 전문가들이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기재부 세제실이 아닌 다른 실국은 물론 전문기관, 외부 전문가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르면 내달 발간하는 ‘월간 재정동향(2월호)’을 통해 세수 전망 오류 원인과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