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확산에 진화 속도전
"빅스텝 한다면 7월 금통위 유력"
미국에 이어 유럽 중앙은행까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에 시동을 걸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자 충격 요법 수준의 금리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도 빅스텝까지는 아직 고려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날 열린 정책이사회를 통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p 올리기로 결정했다. 2011년부터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해온 ECB의 통화정책이 11년 만에 전환되는 것이다.
눈앞의 금리인상보다 시장의 관심을 끈 대목은 빅스텝 발표였다. ECB는 오는 9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ECB가 빅스텝을 단행하는 건 22년 만의 일이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올해 빅스텝을 넘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까지 언급해둔 상태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선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진화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날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물가 상승 곡선을 서둘러 꺾지 않으면 시장의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한은은 아직 신중론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는 베이비스텝(0.25%p 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 여건 상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걱정하며 빅스텝을 가져갈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넘어 보수적인 ECB까지 빅스텝에 동참한 만큼, 한국은행도 보다 강한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은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과 발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는 다음 달과 8월, 10월, 11월 등 네 차례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5%선을 뚫었고, 이번 달은 역대급으로 높은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높아지면 물가 안정이 제 1목표인 한은으로서는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스텝을 포함해 연내 네 차례 정도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가 3.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다음 달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의 빅스텝 공감대 형성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단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경기 침체 우려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요인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지 여부는 결국 물가에 달려있다"며 "3년 국채 금리 등 선도금리나 시장지표를 살펴봤을 때 연말 기준금리가 2.75%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빅스텝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는 했지만,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나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성장 하방압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0.5%p를 한 번에 올리기보다 매 회의마다 0.25%p씩 인상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