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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프랭크 와일드혼 “수준 높은 한국 뮤지컬 시장…세계화도 충분”


입력 2022.07.11 08:41 수정 2022.07.11 08:4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박효신 월드클래스...한국 배우들, 브로드웨이서도 통할 것"

"BTS 뷔 '지킬앤하이드' 출연한다면 언제든 환영"

"한국 뮤지컬 수출, 중간자로서 도울 준비 돼 있어"

“작곡은 피아노 앞에서 낚시를 하는 거예요. 낚시가 잘되면 대어가 잡히고, 어느 날엔 아무 소득이 없어요. 명상과도 비슷하죠. 뇌를 꺼버리고 그 인물의 마음과 영혼에 쏙 들어가면 곡이 술술 나와요. 작곡이 안 된다고 스트레스 받진 않아요. 언제나 즐거운 모험이죠.”


ⓒEMK뮤지컬컴퍼니

미국 뉴욕 출신인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은 1981년 팝음악 작곡가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입문했다. 1990년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25편의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그에겐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현재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웃는 남자’ ‘마타하리’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등이 모두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요즘 제 작품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매일 약 7000~8000명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작곡가로서 이런 성공을 거둔 것이 놀라운 일이죠. 이렇게 될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죠. 한국 관객들이 제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분석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들의 인생에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있다는 생각에 기쁠 뿐이죠. 누군가 이 꿈에서 나를 깨우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절대 깨고 싶지 않은 꿈입니다.”


국내에서 와일드혼의 인기는 2004년 ‘지킬앤하이드’의 초연이 대성공을 거두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드라큘라’ ‘시라노’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 그의 다른 작품들도 잇따라 국내에서 공연됐다.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위상을 떨치고 있는 그는 “음악엔 국경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처음에 일을 배우고 작곡을 시작할 때 특정한 관객이 아닌 세계 모든 사람을 위해 작곡해야 한다고 배웠죠. 처음부터 국제적인 관객을 위해 작품을 쓰는 훈련을 잘 받은 것 같아요. 제 일을 담당하던 분이 제 수입의 70%정도는 국제적인 관객이 보는 공연이나 음악을 통해 얻을 거라고, 세계인을 만나면서 70%는 풍성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죠. 제 아내도 일본인이거든요(웃음). 사랑과 음악엔 국경이 없습니다. 하하”


한국 뮤지컬 관객들이 와일드혼의 음악을 사랑하는 만큼, 그가 한국에 가지는 애정도 남달랐다. 한국 전쟁의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 대한 아름다운 이약를 듣고 자란 영향도 있다. 그러다 ‘지킬앤하이드’로 한국 관객들과 연을 맺은 그는 한국 관객과 ‘교감’을 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말로만 듣던 나라였는데 ‘지킬앤하이드’ 이후로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게 됐고, 그 관계가 점점 성장해 지금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정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죠. 연애를 할 때도 케미스트리가 있어야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처럼 내가 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인기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호흡을 맞춰 온 한국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가장 최근 개막한 뮤지컬 ‘웃는 남자’의 세 주인공 박효신, 박강현, 박은태는 물론 여러 작품을 통해 연을 맺은 김준수, 옥주현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EMK뮤지컬컴퍼니

“박효신은 월드클래스에요. 목소리의 유연성과 보이스톤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영혼과 열정까지. 박효신은 어느 나라에 가도 단번에 스타가 될 배우죠. 우리에겐 보물과 같은 배우입니다. 그를 위한 뮤지컬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박강현은 수년간 알고 지내왔는데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아직도 성장 중이고, 굉장히 오랫동안 대스타로서 경력과 커리어를 즐기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박은태 역시 목소리가 좋은 배우고요.”


“재능으로만 치면 브로드웨이에서 거뜬히 해낼 사람들은 넘쳐나요. 김준수를 만나서도 영어를 배우라고 닦달하기도 했다니까요?(웃음) 앞으로 ‘데스노트’ ‘북두의 권’처럼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경우 아시아 배우들에 대한 수요가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BTS나 ‘오징어게임’처럼 한국 콘텐츠들이 정말 인기잖아요. 하지만 이들 콘텐츠는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반면 뮤지컬은 라이브 공연의 속성상 유통이 쉽지 않아 아쉽죠. 여담인데 얼마 전 BTS의 뷔가 콘서트에서 사전음향 체크를 하며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넘버)을 부르더라고요. 뷔가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다고 하면 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하하.”


와일드혼이 국내 뮤지컬 업계의 브로드웨이 진출 가능성을 말할 수 있는 건, 무려 18년간 한국 뮤지컬과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기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18년간 한국 뮤지컬계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라고 말한다.


“한국 뮤지컬 업계는 건강하게 잘 자라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젊고 활발한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죠. 장담하는데 앞으로 한국에서 창작된 작품이 뉴욕이나 런던에서 공연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확신해요. 전 세계에서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이 어디에 있냐고 하면 바로 한국이에요. 세계 시장이 아직 한국인들의 재능을 몰라준다는 생각도 해요.”


“또 제가 아는 나라를 통틀어 이렇게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강렬한 젊은 분들은 없어요. 언젠가 ‘데스노트’ 공연에서 팬들에게 사인해준 적이 있는데, 20대로 보이는 분이 티켓 56개를 가져왔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얼마나 열정적으로 뮤지컬을 사랑하는지 느꼈어요. ‘오징어게임’이 한국적이면서도 미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낸 것처럼, 뮤지컬도 그런 소스를 찾아야죠. 저도 한국의 뮤지컬과 재능 넘치는 배우들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데 중간자로서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고, 자신도 있습니다(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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