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방송 뷰] ‘유니콘’도 ‘재미’ 실종 혹평…OTT도 못 살리는 국내 시트콤


입력 2022.09.01 11:07 수정 2022.09.01 11:2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쿠팡플레이 ‘유니콘’ 이병헌·유병재 뭉쳤지만 1, 2회 애매한 반응

OTT서 시도 중인 시트콤 부활, 불가능한 일일까

본격 시트콤 장르를 표방하며 등장한 ‘유니콘’이 초반 1, 2회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강한 호불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하이킥’ 시리즈 등 과거의 시트콤들이 유튜브상에서 역주행하면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중심으로 시트콤 부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나간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지난 26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유니콘’이 공개됐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맥콤’의 CEO 스티브(신하균 분)와 크루들의 스타트업 분투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영화감독 이병헌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으며, 방송인 유병재가 각본을 쓰며 공개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쿠팡플레이 '유니콘', 초반 이어진 호불호 왜?

특히 본격 시트콤 장르를 표방하면서, 영화 ‘극한직업’ 등 코미디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 감독과 ‘SNL 시리즈’, ‘B의 농담’ 등에서 풍자 개그를 선보여 온 유 작가가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었다.


그러나 초반 1, 2회는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시트콤 장르의 핵심인 재미, 웃음이 실종됐다는 평이 뼈아프다.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보이는 것에만 급급하는, 괴짜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스티브를 비롯해 맥콤을 채우는 캐릭터들의 개성만큼은 확실하다.


다만 스타트업 회사의 현실을 다소 단편적으로 늘어놓으면서, 리얼리티와는 점차 거리가 멀어진다. 캐릭터들 역시도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하고 있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힘들다. 소소한 개그들이 미소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초반 1, 2회 동안 폭소가 터질 만한 포인트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가족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은 물론,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세 친구’와 ‘논스톱’ 시리즈 등 시트콤이 과거에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었다. ‘거침없이’ 시리즈가 이어지던 2000년도까지만 해도 시트콤은 방송가에서 꾸준히 제작되던 인기 장르 중 하나였다.


이 흐름은 지금 달라졌다. 주말 저녁 가족들이 함께 모여 TV를 보던 풍경이 사라지면서, 이 자리를 담당하던 시트콤은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러닝타임은 짧지만, 주 5회 수백 회차로 방영이 되던 장르 특성상 제작비 측면에서도 부담이 되는 장르가 되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이 채우면서 지금은 방송가에서 기피하는 장르가 된 시트콤이다.

OTT·시트콤, 어울리는 만남이라는데…왜 부진할까

최근에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시금 시트콤에 대한 도전들이 이뤄지고 있다. ‘유니콘’은 물론,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된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공개를 앞둔 ‘청와대 사람들’ 등 시트콤 제작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30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한 형식을 요구하는 OTT의 니즈와 시트콤 장르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활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유니콘’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은 물론,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역시도 혹평 끝에 저조한 반응을 얻었었다. 시트콤 부활 꿈꾸며 등장한 두 콘텐츠 모두 혹평을 받으면서 시트콤은 잊힌 장르가 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이 생겨나고 있다


현실밀착형 이야기로 공감을 유발하고, 풍자를 통해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유발하던 것이 시트콤 장르의 매력이었으나,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탓이 크다. 스타트업 회사를 내세운 ‘유니콘’이나 글로벌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모두 보편적인 이야기보다는 현실에서 다소 비껴난 캐릭터, 배경을 소재로 삼으면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각 콘텐츠만의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구축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 수도 있으나 짧은 러닝타임, 회차 안에서 이뤄지기엔 다소 힘든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비롯해 ‘술꾼도시여자들’ 등 탄탄한 서사 위에 코믹한 캐릭터, 에피소드들을 선보이는 코미디 드라마들이 오히려 각광받으면서 시트콤 장르가 경쟁력을 잃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러닝타임도, 표현 방식도 이전보다 한층 자유로워지면서 시트콤과 경계가 희미한 코미디 드라마들도 이미 시청자들을 많이 만난 상태인데, 이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서사적 부분을 놓치면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시트콤이라는 장르에 얽매어 개그에 치중하거나 하는 것보다 콘텐츠의 기본인 공감과 재미에 방점을 찍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