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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팬덤에 막힌 민주당의 정의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05.22 07:00 수정 2023.05.22 07:0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민주당 내부서도 '김남국 논란'에

사죄·쇄신 목소리 분출 중이지만

'강성 지지층'의 방어 논리에 사과

의미 퇴색…분열 일으키지 말아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국 코인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이슈는 결코 적지 않다. 뚜벅뚜벅 한 길만 걸어가며 착실히 한 푼, 두 푼 적금을 들던 사회초년생에게 김 의원의 '60억원' 논란은 양극화 이슈로 비화했다. 적어도 도덕성 측면에서 김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이 깨끗하다고 믿었던 이들에게 이번 논란은 거짓말 이슈로 승화했다.


위기였다. 당내에서도 이번 논란을 큰 위기로 인식하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죄를 하고 쇄신을 입에 올렸다. 국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그것도 의석을 절반 넘게 차지하는 다수당이, 이 같은 이슈를 통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겐 위기로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죄와 쇄신은 빛을 잃기 일보 직전이다. 그들의 진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응원한다고 한 지지자들의 일부가 내놓은 의견들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이다. 해당 팬카페에서 일부 지지자는 "김남국 지키기가 민주주의다" "왜 김남국만 괴롭히는 거야" 등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김 의원을 옹호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민주당이 운영하는 국민응답센터에 '김 의원 출당 반대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김 의원 논란으로) 청년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받았을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청년들이 처해진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라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과연 정말 이들은 김 의원 논란을 그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강성 지지자들의 주장에 민주당의 진심이 빛을 잃어가는 이유는, 그들의 주장의 속내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지지자는 대부분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목표는 어떻게든 이 대표에게 공고한 위치를 점유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대표의 반대파를 당내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이들이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도 '이재명 반대파 제거'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김 의원이 이 대표를 수행했단 점 등을 들어 그를 충성파로 묘사하고, 코인 논란을 '수박(겉으론 민주당인 척하면서 속으론 국민의힘과 유사)' 논쟁과 거침없이 엮어 풀어내고 있다. 즉, 김 의원을 옹호하면 '우리 편'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 편'이라는 논리다.


더 심각한 건 이들의 주장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원욱 의원이 21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한 강성 지지자가 보낸 문자는 "더불어열린개혁민주당을 창당하라. 합해서 151석만 되면 된다. 200석 줘도 수박이 다수면 그 당은 국민의힘만도 못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가 아니면 안 되고, 이 대표가 아니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누구에게나 자유는 있다. 그런 만큼 어떤 정치적인 취향을 갖고 어떤 정파와 정당을 응원하는 것도 누구에게나 자유로워야 한다. 진부한 얘기이지만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김남국 의원도 자신의 자유에 따라 코인을 투자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책임에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당을 지지할 자유에 따를 책임이 아닐까.


인류의 역사가 어지러워진건 욕망에 따른 반목과 배신이 판을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잘못을 사과하고, 욕망을 제한했다면 반목과 배신도 없었을지 모른다. 국민들이 김남국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에 요구하는 건 간단하다. 잘못을 사과하라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사과를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사과가 무책임하고 무의미해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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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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