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년 만이다. 록 밴드 게이트플라워즈(GATEFLOWERS)는 지난 2014년 EP ‘늙은 뱀’( Neulguen Baemn)을 발매한 이후 2015년부터 휴식기를 가졌고, 8년 만인 지난달 31일 새로운 EP ‘올 인’(ALL IN)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멤버들은 각자 다른 밴드와 솔로 활동에 열중하고 있던 터라, 일각에서는 밴드의 해체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다시 재결합의 물꼬를 튼 건, 리더 염승식이었다. 염승식과 박근홍은 새로운 시작에 의견을 모았고 이를 위해 새 멤버인 전상진(드럼) 이인산(베이스)도 영입했다. 새 앨범을 앞둔 멤버들의 다짐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올 인’, 게이트플라워즈의 그 새로운 시작에 모든 걸 걸었다!”
-작년 초, 밴드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 인터뷰 당시 게이트플라워즈 컴백 예고를 해주셨는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더구나 게이트플라워즈로는 무려 8년 만이기도 하고요.
게이트플라워즈로서 해체는 아니었지만 각자 음악 내·외적 활동이 많았거든요. 리더 염승식이 근홍 형에게 다시 연락했고 형도 흔쾌히 받아들여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다시 활동을 하고자 마음 먹고서도 새로운 리듬 섹션(베이스/드럼)과 합을 맞추고 앙상블을 다듬어가는 시간이 저희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습니다.
-사실 게이트플라워즈의 데뷔는 2008년이지만, 활동을 하지 않은 기간들이 꽤 길어요. 과거엔 한 차례 해체하고 재결합하는 과정을 겪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다시 게이트플라워즈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는 걸까요?
(염승식) 게이트플라워즈는 멤버들의 소유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8년간 저희의 활동을 기다리시는 분들의 소리를 여러 창구를 통해 들으며 게이트플라워즈를 방임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게이트플라워즈만이 낼 수 있는 악기들의 조화, 그루브의 합, 그 질겅이는 맛을 잊지 못했던 것도 크고요.
(전상진) 을지 오비베어 공연이 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에겐 첫 공연이었고, 정식 멤버도 아니었지만요. 갑자기 하게 된 공연이라 홍보도 거의 못 하고 3일 만에 연락받고 준비해서 공연했는데, 길거리에 계시던 많은 (숨어있던) 게이트플라워즈 팬분들이 ‘예비역’을 떼창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이런 긴 공백에도 사랑받고 있는 팀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이트플라워즈로서 앨범을 발매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게이트플라워즈라는 장르로 이제는 어쩌면 주류 음악이 아닌 밴드 음악을 지금의 시대에 새롭게, 또는 예전의 모습을 살려 다시 알리고 싶었습니다. 매체를 다루는 방식도 바뀌었고 새로운 판이 짜인 이 시점에 게이트플라워즈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도 궁금했어요.
-복귀 이후 게이트플라워즈로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공연도 했죠. 매번 해온 공연이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염승식) 새로운 멤버와 만드는 합이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요, 아직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이지만 팬분들께서 찾아주시고 진심으로 공감해주신 순간들에 감사했습니다.
(전상진) 5월 공연이 게이트플라워즈의 정식 멤버로 첫 공연이어서 아무래도 부담이 됐던 거 같아요. 8년을 기다려주신 팬분들에게 새 멤버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첫 곡부터 모든 곡을 다 따라 불러주시는 모습에 너무 감동했습니다.
-새 싱글 ‘올 인’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요. 어떤 앨범인가요?
현재 멤버로 모여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첫 곡이고 미사여구를 제외한 핵심만을 남겨본 곡입니다. 게이트플라워즈 활동에 ‘올인’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규 앨범 발매에 앞선, 선공개 앨범에 무려 6곡이나 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1, 3, 5번 트랙은 저희가 즉흥으로 연주한 잼입니다. 첫 EP에서도 잼을 넣었는데요,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합을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연주와 사운드를 지향하는 저희의 작업 방식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전과 다른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작업에 앞서 예전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원하는 그림이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고요.
-다시 시작한 만큼, 욕심도 컸을 거 같은데, 이를 비우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욕심을 내면 힘이 들어가고 힘이 들어가면 잘 안 됩니다. 자연스럽지 않으니까요. 자연스럽지 않게 되는 상황을 막으려고 노력합니다.
-이 앨범을 통해 게이트플라워즈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게이트플라워즈 고유의 색을 유지하며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 있는 사운드가 나올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오랜 기간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온 만큼, 팬들의 반가움도 컸을 것 같아요. 이 앨범에 대한 팬들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평이 있었나요?
“보컬 박근홍은 몰라보게 체중 감량, 기타 염승식은 벌크업”
-이후 나올 정규 앨범에 대한 귀띔도 해주세요.
게이이트플라워즈의 색깔을 포함한 다채로운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정규 활동 이후, 게이트플라워즈의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갈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어요. 게이트플라워즈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싱글 발매 후에는 감사하게도 불러주시는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고, 연말 정규 앨범이 나오면 그에 어울리는 활동을 계속해나가려고 합니다. 활동의 지속 여부는 팬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달려있는데, 이는 또 저희가 잘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저희가 잘해야겠네요(웃음).
-게이트플라워즈의 멤버로서 이 밴드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까요?
(염승식) 게이트플라워즈의 소리는 게이트플라워즈 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전상진) 제가 게이트플라워즈 멤버가 되기 한참 전부터 이 밴드의 팬이었던 지인들이 꽤 많더라고요. 누구보다 먼저 축하해주고, 게이트플라워즈의 노래들을 기억해주는 그런 분들과 팬들의 지고지순함을 볼 때 멋진 팀이라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인산) 출중한 실력을 가진 베테랑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색깔이 뚜렷한 음악을 보여드리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근홍) 팬분들이죠.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게이트플라워즈로서의 방향성, 목표도 궁금합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오래오래 들을 수 있는 록 앨범이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분께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염승식) 죄송해요.
(전상진) 지난 7월 공연 타이틀이 ‘신문화체험’이었는데요, 게이트플라워즈의 신문화, 앞으로 꾸준히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