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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닮상·안닮상 투표…엇갈리는 내부 평가


입력 2024.01.26 07:00 수정 2024.01.26 07:00        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수직적인 문화·직장 내 갑질 견제 목적

매년 ‘닮고 싶은 상사·안 닮고 싶은 상사’ 뽑아

‘안닮상’이면 자괴감…조직 분위기 흐릴 수도

기획재정부 정부세종청사 전경. ⓒ데일리안DB

기획재정부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닮고 싶은 상사(닮상)·안 닮고 싶은 상사(안닮상)’ 투표에 대해 내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기재부는 2004년부터 매년 1월 국·과장급을 대상으로 닮상·안닮상을 뽑는다. 수직적인 공무원 문화에서 비롯하는 직장 내 갑질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투표 결과를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하진 않지만 내부 평가로 이어져 투표 대상자들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올해는 투표 시스템을 일부 바꿨다. 기존에는 안닮상 투표를 대상 직원 중 10%이상, 팀·과장 5% 이상 득표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올해부터는 득표율 기준 대신 득표수 기준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안닮상으로 선정한 이유를 적도록 했다.


19일 기재부 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투표에서는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국장급 이상 10명, 과장급 8명 등 총 18명을 닮상에 선정했다. 이 중 강영규 공공정책 국장은 전체 득표 1위를 차지했다. 3번 이상 닮상에 선정될 경우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투표 결과는 닮상만 공개하고, 안닮상은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안닮상으로 뽑힌 직원들의 명단은 암암리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상사에 대한 투표가 업무적 평가가 아닌 개인 호감도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로만 뭐라고 해야 하는 데 인격적으로 공격하기 쉬워 문제”라며 우려했다.


이 때문에 닮상에 선정돼도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닮상으로 뽑혀도 마음편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닮상으로 뽑힌 직원들은 한동안 속앓이를 하게 되며 내부 동료들 또한 눈치를 살피게 된다고 한다. 내부 관계자는 “안닮상으로 뽑힐만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고위직 같은 경우는 투표하게 어렵다”며 “아랫사람이 희생되는 경우도 있어 투표의 공신력에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반면 투표가 조직 분위기에 있어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 내 갑질 문제에 있어 상사들이 안닮상 투표에서 거론될까 조심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닮상·안닮상 투표는 중앙 부처 중 기재부만 하는 걸로 아는데, 다른 부처에서도 실시했다면 공적인 업무를 넘어서 사적인 범위의 큰 갑질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재부 지부에 따르면 기재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닮상 투표 필요 여부 질문에 ‘필요하다’는 답변이 96%를 차지했다.

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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