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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엎친데 '전기료 폭탄' 덮쳐…해외로 짐싸는 K-배터리


입력 2024.08.14 06:00 수정 2024.08.14 06:00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산업용 요금 3년간 7번 인상

중국·동남아·미국보다 비싸

해외로 생산 거점 돌리는 경우도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에서 음극재가 제조되고 있다.ⓒ포스코퓨처엠

국내 이차전지(배터리) 업계가 높은 전기요금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재의 경우 전력 사용 비중이 높아 비교적 전기요금이 싼 해외로 주요 생산 거점을 옮기는 실정이다. 업계는 한국전력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만큼,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보다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보조금 등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료 판매단가는 1킬로와트시(kWh)당 153.7원이다. 2021년 105.5원과 비교해 약 46% 정도 올랐다.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비싼 축에 속한다. 지난해 미국의 연평균 전기료는 ㎾h당 112원으로 한국(153.5원)보다 37.7% 낮다. 미국 전기료는 2020년 ㎾h당 94.7원에서 지난해 112원으로 18.3% 오르는 데 그쳤다. 국내 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텍사스주(㎾h당 77.6원)와 조지아주(83.4원)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주요국들이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동남아는 ㎾h당 70~100원 수준이다.


이에 소재 분야에서는 높은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며 주요 생산 거점을 국외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국내 주요 동박 업체들은 비교적 전기료가 저렴한 말레이시아 등을 주요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박은 전기료가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로 떠나는 것은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K넥실리스는 현지에 5만7000t,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6만t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양사는 지속적으로 양산 능력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또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도 전력이 많이 소비되는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다. 음극재를 생산하기 위해선 3000도 이상의 고온 열처리가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소비된다. 음극재 역시 전기료가 생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에 큰 타격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 공금망을 책임지는 포스코퓨처엠은 올 2분기, 고부가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로 약 2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지만, 음극재 재고평가손실이 186억원에 달하며 영업이익이 27억원에 그쳤다.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의 가동 초기 높은 제조원가가 악재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음극재를 만드는데도 상당한 고온이 열처리 작업이 필요해 전력소비가 상당하다”면서 “높은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도 원가 부담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우려했다. 그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4’에서 “우리(포스코퓨처엠)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만드는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싼 중국 제품을 계속 수입을 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우리 가동률이 50%밖에 되지 않아 수익이 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우려에도 전력 당국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의 지난해 누적적자는 이미 40조원이 넘었고, 총 부채는 200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한전은 이자비용만 4조 4000억원을 지불했다. 오랜 재정적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기료 인상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보단 직접 보조금 등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의 상황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전기료 인하를 요구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라면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같은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도 “배터리 같은 국가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의 경우는 오히려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나 정부에서 보조금 등을 지원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한동안 배터리 업계에서 ‘저가’라는 이점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업계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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