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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버드大, ‘트럼프 정책’에 반기…12조원대 지원 중단 위협에도


입력 2025.04.15 16:43 수정 2025.04.15 16:44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 전경.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압박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정부의 간섭이 대학 운영과 학문적 자유를 침해한다며 정책 변경불가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14일(현지시간) 교내 커뮤니티에 보내는 글을 통해 “우리 대학은 독립성이나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학칙 개정 요구를 거부했다. NYT는 “하버드가 행정부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거부한 최초의 대학이 됐다”며 “연방 정부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 간 대결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가버 총장은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지, 누구를 입학시키고 고용할 수 있는지, 어떤 연구와 탐구 분야를 추구할 수 있는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지난해 기준 530억 달러(약 75조 6575억원) 규모의 기금을 보유해 미국에서 가장 재정이 튼실한 대학으로 꼽힌다. 특히 하버드대는 보조금 및 계약을 동결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위협에 맞서 이달 채권시장에서 7억 5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과 관련해 미국 대학 내 친(親) 팔레스타인·반유대주의 시위가 격화하자 각 학교에 학칙 개정을 요구해 왔다. 이달 초엔 하버드대를 비롯해 60여개 대학에 “반유대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학교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지속적인 재정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9가지 조처 실행’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금지와 다양성·평등·포용(DEI) 프로그램 폐지 등도 포함됐다. 가버 총장은 학교가 반유대주의를 퇴치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도 이 문제에 계속 노력하겠지만, 정부의 요구는 이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시민들이 하버드대 지도부가 연방정부의 간섭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로이터/연합뉴스

가버 총장은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지난 11일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온 서한을 공개하고 “법에서 벗어난 권력을 행사해 하버드의 교육과 학습을 통제하고, 운영방식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는 반유대주의 근절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단점을 해결하고, 약속을 이행하고, 우리의 가치를 구현하는 일은 공동체로서 우리가 정의하고 수행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는 87억 달러 규모 보조금 지급과 하버드대와 맺은 2억 556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압박했지만, 학교 측은 ‘독립성을 놓고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가버 총장의 입장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미 정부 내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는 하버드대에 수년 간에 걸친 보조금 22억 달러와 계약 6000만 달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컬럼비아대는 4억 달러의 보조금 삭감 압박에 결국 학칙을 개정해 학내 반발을 샀다. 그러나 삭감된 자금은 아직도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브라운대와 프린스턴대, 코넬대 등이 보조금 동결·검토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대학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표적이 된 전통의 명문들이 하버드대의 뒤를 이어 정부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정부로부터 연방 보조금 삭감 위협을 받는 학교는 하버드대 등 모두 7개 학교다. 미국 교육 협의회 테드 미첼 회장은 “하버드대의 사례는 다른 캠퍼스의 지도자들에게도 (트럼프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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