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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는 곧 기회… 금호타이어, '고성능' 잡는 이유


입력 2025.04.16 17:00 수정 2025.04.16 17: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금호타이어, 고성능 브랜드 '엑스타' 신제품 발표

관세 타격 있지만… 프리미엄 OE 공급 및 기술력 승부

美 가격 인상 불가피… 수익 최대화 위해 전략 수립 중

정일택 금호타이어 사장이 지난 15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금호타이어가 9년 만에 고성능 타이어 브랜드 '엑스타'에 신제품을 추가하며 '수익성 좋은 타이어'를 본격적으로 키우고 나섰다. 미국 관세 폭탄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적게 팔아도 많이 남는' 고성능 타이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특히 매출 비중 30%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서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보급형 타이어 대신 가격 인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고성능 타이어를 강화해 관세 리스크를 '기회'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사장은 지난 15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엑스타 기자간담회에서 "관세는 매일 상황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정의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세계 타이어 시장의 변화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며 "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아가야 하고, 고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회사가 돼야한다는 방향성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금호타이어는 고성능 타이어 브랜드 '엑스타'의 신제품인 엑스타 스포츠, 엑스타 스포츠S, 엑스타 스포츠 AS 등 3종을 출시했다. 엑스타는 금호타이어 전체 라인업 중 가장 상위에 위치한 고가 라인업으로, 금호타이어가 국내 시장에 엑스타 브랜드의 신제품을 내놓은 건 2016년 엑스타 PS71 이후 꼬박 9년 만이다.


최상위 라인업인 만큼 신제품 3종에는 그간 TCR 등 글로벌 주요 모터스포츠 경기에 꾸준히 후원하며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이 집약됐다. 엑스타 스포츠는 프리미엄 스포츠 썸머 타이어, 엑스타 스포츠S는 초고성능 슈퍼카 전용 썸머타이어, 엑스타 스포츠 AS는 사계절용 고성능 타이어로, 차량 성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고성능차 시장 규모가 크고 고성능 타이어 수요가 높은 유럽과 미국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윤민석 금호타이어 글로벌마케팅담당 상무는 "이미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출시해 해외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며 "엑스타의 명성을 이어나갈 또 하나의 메가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겠다. 금호타이어 혁신 기술의 집약체인만큼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수년 만에 고성능 타이어 라인업을 늘린 것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양한 변수가 산재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면 '하나를 팔아도 마진이 많이 남는' 제품이 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 사장은 "(엑스타는) 지금껏 팔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 상품 중 가장 비싸고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양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익에 대한 공헌은 회사 최고의 상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로벌로 최소 25~30% 비중을 기대하는 핵심 세그먼트"고 말했다.


특히 최대 변수로 떠오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수익 방어를 위한 제품 개발을 부추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5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자동차 부품 관세에 대한 유예 가능성을 내비치긴 했지만, 마냥 낙관할 수는 없는 만큼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다.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관세 부담으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하지만 정 사장은 오히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미국 시장 내 모든 타이어 업체가 관세 폭탄의 영향권에 놓인 상황에서 수익 구조를 고성능, 고인치 타이어 라인업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생산지 역시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고성능, 고수익 타이어를 집중 생산하고, 관세 부담이 큰 보급형 타이어를 수입하는 방향으로 최적화할 예정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미국 공장의 연간 생산물량은 350만본으로, 미국 연간 수요의 약 20%를 소화하고 있다.


정 사장은 "현재 미국에선 연간 1500만본 정도를 판매하고 있으며, 350만 본의 현지 생산량을 제외하면 1100만본은 관세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미국 공장은 전기차나 고인치 타이어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생산 본수 자체는 타공장과 비교해 5% 가량 떨어지더라도 생산 톤수는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 중이다. 관세로 인해 손실이 없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불가능하겠지만 상품 믹스 또는 가격 대응에 대한 시나리오를 갖고 현지 유통업체와 대응 중"이라고 했다.


관세 부담으로 인한 미국 제품 가격 인상도 고려 중이다. 다만 프리미엄 타이어 특성상 가격 대응 역시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보급형 타이어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높지만, 고가 라인업의 경우 가격을 높이더라도 보급형 대비 시장 타격이 적어서다. 자동차 제조사만 보더라도 대중 브랜드들은 미국 시장 내 가격 동결을 선언하고 나선 반면, 페라리 등 고가 브랜드는 즉각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임승빈 금호타이어 영업총괄 부사장은 "B2B, B2C 모두 포함해 가격 조정은 필수다. 기업의 속성은 이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어느정도의 관세가 가격으로 연동된다는 전제가 수익성 만회를 위한 중요한 축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기타 경쟁사와 대비해 늦지 않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고인치, 고성능 타이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단 점도 호재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매출 비중은 무려 42%를 차지했다. 유럽,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역시 수입차 시장이 매년 꾸준히 성장하면서 프리미엄 타이어 수요가 늘고 있다.


중국, 인도 브랜드들이 저가 타이어 시장에서 세력을 키우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특히 고성능, 고인치 타이어의 경우 기술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하는 만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브랜드 입지와 경쟁력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


글로벌 생산 물량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럽 공장의 경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곧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며, 미국, 중국, 한국 등 나머지 공장들 역시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 사장은 "유럽공장은 모든 준비가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에 폴란드, 세르비아, 포르투갈 3곳 중 한 군데를 골라 시점을 정해 건설할 것"이라며 "모든 공장의 증설이 5년 단기 계획으로 잡혀있다. 미국 공장도 증설 계획이 있지만, 이번 관세로 인해서 투자 우선순위를 바꿀 생각은 없다. 기존 수립했던 우선 순위에 맞춰 전개할 생각"이라고 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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