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름한 리프니츠카야 '김연아에 덤빌라'
‘승리욕’ 러시아 신예로 메달권 진입 전망도 나와
김연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홈 특수 누릴 듯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국 러시아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남자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 안현수도 귀화선수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가 첫 손에 꼽힌다.
리프니츠카야는 러시아 빙상연맹이 수년 전부터 전폭적인 투자로 완성한 '피겨 로봇'이다. AP통신도 최근 소치올림픽 국가별 메달수를 예측하면서 '피겨퀸'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낙관했고, 아사다 마오가 은메달, 리프니츠카야가 동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리프니츠카야는 당장 소치올림픽에서도 메달권 진입이 가능한 신예로 꼽힌다.
몇 가지 기술이 설익었고 트리플 러츠 오류도 아쉽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선천적인 운동신경을 지녔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유연성과 개성 있는 스핀이 돋보인다. 또 배경음악 해석 능력이 탁월하다. 김연아처럼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이하 3-3)도 장착했다. 물론 도약 높이와 비거리가 김연아에 미치진 못하지만 랜딩 성공률은 높은 편이다.
3-3을 비롯한 모든 점프에서 실수가 거의 없다. 지난 2012년 훈련 도중 당한 ‘뇌진탕’이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무게 중심 낮은 스케이팅 기술을 연마해 착지도 안정적이다.
승리욕도 뜨겁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이 대표적 예다. 아사다 마오에 이어 2위에 그치자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통상적으로 시상대에선 입상자끼리 포옹하는데 리프니츠카야는 아사다와 ‘악수’만 했다. 당시 리프니츠카야의 새치름한 행동에 아사다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꿈이 날아간 리프니츠카야는 지난 18일 ‘헝가리 유럽선수권’에서 한풀이했다. 분노의 열연 끝에 정상에 등극한 것. 신들린 기량으로 209.72점을 받아 역대 유럽선수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209.72점은 ISU 공인 대회 네 번째 높은 고득점이기도 하다. ISU 역대 최고기록은 김연아가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수립한 228.56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잘못된 발목 기울기로 도약하는 트리플 러츠가 옥에 티다. 유럽선수권에서도 3-3의 첫 점프 러츠가 롱에지 감점 처리됐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의 약점은 ‘홈 이점’ 소치 올림픽에선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빙상 관계자는 “심판진이 (올림픽 여자피겨 출전 선수들에게) 좀 더 엄격해지거나, 반대로 관대한 방향으로 리프니츠카야 결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미국 야후 스포츠가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아성에 도전할 인물로 리프니츠카야가 아닌, 그레이시 골드를 선정했다. 그레이시는 지난 12일 끝난 ‘2014 전미 피겨 선수권’에서 211.69(전미 역대 최고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가파른 상승세에 미국 전설 미셸 콴(34)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시 골드는 김연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진다. 물론 그레이시도 3-3을 구사하지만 성공률은 높지 않다.
또 ‘기복’이 심하다. 자신의 재능을 확신한 나머지 곧잘 방심한다. 연기 도중 나르시시즘에 젖어 막판 쉬운 점프에서 삐꺼덕거린다. 전미선수권은 올림픽을 앞둔 그레이시의 사기충천을 위한 고득점 성격이 짙다. 반면, 리프니츠카야는 경험이 부족함에도 냉철한 강심장 소유자로 흔들림이 거의 없다.
둘 다 김연아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만, 홈 그라운드 특수를 등에 업고 나서는 리프니츠카야의 기세만큼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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