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처럼’ 박주영 이미지 반전 이뤄낼까
왓포드 임대 이적 이틀 만에 교체 출전
기성용처럼 축구로 자신의 가치 증명해야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28)이 임대 이적 이틀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박주영은 3일(이하 한국 시각)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챔피언십’ 29라운드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과 홈경기서 2-0으로 앞선 후반 45분 교체 투입됐다.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 투입돼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향후 왓포드 팀 내에서의 입지를 점쳐볼 가늠자가 되기 충분했다. 일단 왓포드의 주세페 산니노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토대로 트로이 디니와 페르난도 포레스티에리를 주전 투톱으로 기용하고 있다.
이제 막 팀에 합류한 박주영이 당장 이들을 제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왓포드는 오는 8일 레스터 시티와의 원정을 시작으로 5경기 연속 3~4일 간격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로테이션이 불가피한 일정상 박주영의 선발 기용도 점쳐볼 수 있다.
그동안 이적 여부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주영이다. 아스날 시절, 일찌감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지난 시즌 셀타비고 임대 이적을 제외하면 자신의 거취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주영을 향한 국내팬들의 시선은 비난을 넘어 조롱거리가 돼버렸고, 급기야 주급도둑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기도 했다.
특히 박주영의 침묵이 길어지자 홍명보 축구 대표팀까지 오해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사실 월드컵이라는 중대사를 앞둔 상황에서 A대표팀 감독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선수 선발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또한 선수가 어려움에 빠져있다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박주영에 대한 홍 감독의 마음 씀씀이가 지나친 편애, 또는 학연에 의한 제 식구 감싸기라고 잘못 해석했다.
불과 반년 전, 한국 축구는 기성용(25·선덜랜드)으로 인해 한바탕 큰 소동이 일었다. 이른 바 ‘SNS 조롱사건’이 그것이다. 평소 SNS를 즐겨 이용한 기성용은 자신의 또 다른 비밀계정을 통해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조롱했다. 지난 7월,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를 향한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급기야 새로 부임한 홍 감독은 “내 사전에 SNS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만 했고, 각종 뉴스와 미디어, TV토론 등에서는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태극마크의 자격론에 대해 열띤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기성용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잠재운 이는 다름 아닌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지난 10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기성용을 전격 발탁했다. 축구선수는 말이 아닌 축구로 답을 하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성용의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 창의적인 패스와 뛰어난 공수 조율 능력으로 대표팀 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를 향한 여론의 차가운 시선도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기성용 본인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신감을 얻은 기성용은 소속팀 선덜랜드로 돌아가 절정의 기량을 내뿜기 시작했다. 임대이적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팀 내 입지가 확고해졌고, 감독은 물론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기성용이 신세대답게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면, 정반대 성격의 박주영은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로 인한 오해는 점점 커져만 갔고, 온갖 좋지 못한 루머가 박주영을 휘감고 있었다.
어쨌든 박주영도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떠났고, 축구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고 있다. 박주영이 만약 기성용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면 차가웠던 여론의 시선도 금세 되돌릴 수 있다. 월드컵 출전 역시 홍 감독이 나서기 전에 팬들의 지지가 먼저일 것이란 당연한 예측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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