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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데뷔' 김진수, 이영표 향기 풍겼다


입력 2014.08.24 14:42 수정 2014.08.25 00:58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아우크스부르크전 공수 맹활약 ‘주전경쟁 파란불’

롤 모델 이영표보다 빠른 성장, 한국축구 기대주

김진수가 유럽 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 연합뉴스

‘이영표 후계자’ 김진수(TSG 1899 호펜하임)가 가슴 설레는 유럽 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김진수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진스하임 라인 네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우크스부르크와의 2014-15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팀의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올해 22살에 불과한 약관의 아시아 청년 김진수가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 팀의 주전 수비수로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선발 출전은 이미 현지 언론을 통해 예견됐었다. 독일의 유력일간지 ‘빌트’는 지난 11일 “호펜하임의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은 이미 선발 11명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김진수는 이탈리아 세리에 A 제노아와의 평가전에서 아주 견고했다”고 말해 김진수의 선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진수는 이날 단순히 선발출전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공수에 걸쳐 팀 승리에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쳐 기스돌 감독의 기대에 확실하게 부응했다.

김진수는 이날 팀이 측면 수비수로서 전체 수비라인에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안정적인 수비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아우크스부르크의 공세 상황에서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상대 공격진의 패스의 맥을 끊는 장면도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 수비수로서 영리함을 과시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호펜하임은 수비에서 ‘클린 시트’를 실현시켰고, 이는 수비수로서 김진수의 유럽 무대 공식 데뷔전이 성공이었다고 평가할 만한 가장 객관적인 증거가 됐다.

이날 김진수가 개막전 선발출전이라는 심리적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준 부분도 좋았지만, 공격적인 면에서 팀의 비밀병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김진수는 이날 팀의 두 번째 골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 전반 33분 팀이 선제골을 넣고 1-0으로 리드를 잡은 지 불과 2분 만에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절묘한 전진패스를 연결했고, 김진수의 패스를 받은 피르미노는 페널티박스 중앙을 파고들던 엘유노시에게 다시 패스, 호펜하임의 두 번째 골이 만들어졌다.

공격포인트는 도움을 기록한 피르미노와 골을 넣은 엘유노시에게 돌아갔지만 만만치 않은 몸싸움을 이겨내고 절묘한 침투패스를 연결한 김진수의 시야와 패싱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골이었다.

만약 1-0 상황에서 한 동안 추가골 없이 시간이 흘렀다면 언제 동점골을 얻어맞고 승점 3점짜리 경기를 승점 1점으로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선제골 이후 불과 2분 만에 추가골을 성공시킴으로써 호펜하임은 이후 좀 더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김진수는 이날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팀의 중요 옵션으로 활약했다. 자기가 직접 프리킥을 처리하지 않고 상대 수비진을 교란 시키는 역할을 하거나 자신이 직접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프리킥 크로스를 아우크스부르크 문전으로 올리기도 했다.

입단한 지 불과 4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신참을 프리킥 세트피스와 같은 팀의 중요 공격 옵션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김진수에 대한 기스돌 감독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김진수의 롤모델 이영표의 유럽 데뷔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여러 선수들이 이영표의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그 중 현재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이영표의 적자’로 꼽는 선수가 김진수다. 따라서 이영표의 유럽 데뷔를 돌이켜 보면 막연하게나마 향후 김진수가 유럽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그래서 한국 축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1977년생인 이영표가 유럽 무대에 발을 디딘 것은 그의 나이 26살 때인 지난 2003년 1월이다. 건국대학교 재학 중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대학 졸업 이후 안양LG에 입단해 활약하던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그 결과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이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간택을 받아 박지성과 함께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입단,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축구선수로서 정점을 향해 나가는 시기였고, 히딩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입단 초기부터 주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던 이영표는 단기간에 에인트호벤 팬들에게 각광 받는 선수가 됐다. 에인트호벤에서의 성공적인 활약은 이후 토트넘 홋스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같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구단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영표와 비교해 김진수는 여러 면에서 좀 더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09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 8강, 2011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의 주역 김진수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 연령별 월드컵 전 경기에 선발출전하며 한국 축구 차세대 왼쪽 풀백으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다.

이처럼 엘리트코스를 밟는 과정에서 김진수는 경희대 1학년을 마친 이후인 2012년 곧바로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에 입단했다. 그리고 니가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 지 불과 2년여 만인 지난 4월 22살의 나이에 호펜하임의 유니폼을 입음으로써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영표가 유럽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26살이었고, 이번 시즌 유럽에 데뷔한 김진수는 현재 22살이다. 네덜란드 1부 리그에서 유럽 데뷔를 알린 이영표에 비해 김진수는 네덜란드보다 1-2단계 수준이 높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유럽 무대에 입성했다는 점도 비교할 만하다.

김진수는 부상으로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가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오히려 월드컵에 나가지 않은 것이 좀 더 빨리 소속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이날 김진수의 유럽 무대 공식 데뷔전은 그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개인 기량은 물론 팀워크라는 면에서도 호펜하임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히 ‘이영표의 후계자’로 불릴 수 있을 만한 면모였다. 과거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이영표의 플레이를 기억하는 분데스리가 팬이라면 김진수의 데뷔전 플레이에서 이영표의 향기를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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