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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헬로 이방인’ 롱런 바라는 이유


입력 2014.12.13 08:42 수정 2014.12.13 08:47        이충민 객원기자
‘비정상회담’ ‘헬로 이방인’ 롱런 바라는 이유. ⓒ MBC/JTBC

세계화 시대 ‘글로벌 방송’이 대세로 떠올랐다.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앞서 글로벌 방송을 기획한 바 있다. 일본 기획사들은 윤손하를 비롯해 보아, 동방신기, 카라 등과 계약을 맺고 각종 쇼·오락·드라마에 출연시켰다. 이들은 일본어 구사 등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 톱스타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많은 일본인이 한국을 알게 됐고 이는 한류 붐 촉발로 이어졌다. 또 ‘반한 시위’에 맞선 일본 젊은이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세계화시대, 반한 시위는 국제적 망신이다. 일본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한국에 사죄하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다인종 국가’ 미국은 한국, 일본보다 훨씬 앞서 글로벌 방송을 도입했다.

세계로 수출하는 미국드라마(미드)가 대표적이다. 다국적 배우들이 출연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계 200여국에 수출한 ‘로스트’(ABC)가 본보기다. 아프리카계, 아랍계, 아시아, 유럽 배우가 총출동한다. 한국인 배우 김윤진(41)과 대니얼 대 킴(46·본명 김대현)도 주요캐릭터로 등장, 열연을 펼쳤다.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워킹 데드 시리즈’(FOX)에도 한국인 배우가 출연한다. 스티븐 연(30·본명 연상엽)이다. 스티븐 연은 ‘워킹 데드 시즌5’까지 진행된 현재 주연급 조연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북미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선한 인상과 탁월한 연기 덕분에 북미 팬들이 워킹 데드 제작진에게 “(극중) 스티븐 연을 죽이지 말아 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아직 글로벌 방송 역사가 짧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민그룹 SMAP의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는 한석규 주연 영화 ‘초록물고기’를 본 뒤 문화적 충격 받았다. 이후 한국서 연기자 꿈을 꿨다. 독학으로 한국어까지 마스터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 초난강은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다. 외국인 배우가 ‘한국 영화’에서 주인공이 될 확률은 낮다.

다른 외국 방송인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세대 외국 방송인’ 로버트 할리, 이다도시 등의 방송 경력은 15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각종 프로그램서 메인으로 기용된 적은 없다. 리포터나 명절 특집 방송에 잠시 얼굴을 비출 뿐이다.

단일민족 특수성 때문에 ‘이방인의 정서’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KBS 글로벌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 허이령 교수는 탁월한 한국어 실력과 놀라운 지식으로 글로벌 토론의 깊이를 더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부터 일부 네티즌이 허이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허이령이 녹화방송 날 다소 늦게 출근한 이유에 대해 “일찍 오면 다른 출연진의 화장 시간과 맞물려 기다리게 된다”며 “효율적인 시간 배분을 위해 촬영시간에 맞춰 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문제는 방송 그 다음 날 터졌다. 네티즌들이 허이령 미니 홈페이지를 방문해 “한국에 왔으면 한국 정서를 따르라” “좀 더 일찍 출근해서 기다리면 안 되나” “다른 출연진은 할 일 없어서 일찍 출근하나”라는 등의 비난 글이 쏟아졌다.

허이령과 한국인의 정서 차이, 한국 사회와 대만사회의 문화차로 넘어갈 수 있음에도 일부 네티즌은 악다구니를 쏟아냈다. 이후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은 더욱 소극적으로 변모했고 글로벌 토크쇼의 다양성은 날개를 펄럭이지 못했다.

최근에는 JTBC ‘비정상회담’과 MBC ‘헬로 이방인’이 등장했다. 두 프로그램은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역사상 획기적인 기획이다. 외국 방송인이 메인이다.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헬로 이방인(MBC)은 강남(일본), 프랭크(콩고), 핫산(터키), 줄리엔 강(캐나다), 파비앙(프랑스), 버논(미국) 등이 한데 어우러져 무전여행 떠나는 리얼 예능이다.

비정상회담(JTBC)은 국경 없는 G11개국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

‘헬로 이방인’, ‘비정상회담’의 특징은 돌발 상황이 많다는 점이다. 단순히 한국말을 몰라서 혹은 문화 차이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원초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입소문 타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

특히 외국 네티즌들도 ‘헬로 이방인’, ‘비정상회담’을 매주 시청하며 글로벌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헬로 이방인’, ‘비정상회담’이 외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한국말이 어색한 외국 방송인에게 예능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문턱이 낮다. 세계화 시대, 고군분투 중인 MBC ‘헬로 이방인’과 JTBC ‘비정상회담’이 롱런하길 바라는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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