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면과 정치인 사면, 국익에 누가 더 도움될까
<칼럼>신규순환출자금지규정, 경영권 방어 아킬레스건
점차 소멸되는 경제활성화동력 찾으려면 결단 필요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8.15 특별사면' 준비를 전격적으로 지시하면서 그 대상범위를 두고 논란들이 많다.
지난 16일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치인을 제외한 생계형 서민과 경제인들에게 대규모로 특별사면을 실행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재벌 총수 한두 명 사면한다고 투자가 늘거나 경제가 살지는 않는다”면서 재벌 총수 사면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여당은 정치인을, 그리고 야당은 재벌총수를 공공의 적으로 보고 이들을 특사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당의 의견이 옳았는지는 역사가 입증하겠지만, 현안인 만큼 박 대통령이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특별사면은 일반사면과 달리 범죄의 종류를 지정하지 않고, 국정 운영상 필요한 특정인의 형의 집행을 면해 준다는 점에서 통수권자로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보건대 전직 대통령들은 임기 중 수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박 대통령은 임기 중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 그동안 얽혔던 모든 매듭을 일시에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특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범위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정 현안의 중대성을 기준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청사진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선, 현 정부에서의 가장 큰 현안 문제는 경제다.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7월(11.5%) 이후 최고치에 달했으며, 국내투자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자본이 유출되는 국외투자율은 2011년 1.8%에서 점차 증가하다가 2015년 1.4분기에는 8.6%로 급증하고 있다.
당연히 대규모투자 결정이 가능하고, 경영권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재벌총수의 특별사면이 가장 먼저 포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내기업들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사전 예방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해부터 발효된 신규순환출자금지규정은 국내 상장기업들이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경영권 위협을 하는 경우 이를 방어하는데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결국, 경제활성화는 고사하고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국내 자본시장이 유린당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총수들을 영어의 몸으로 묶어두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몇 명의 재벌총수를 사면했다고 해서 금방 투자가 증가하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가 총수 한두 명에 의해 좌지우지될 만큼 열악하지는 않다.
투자란 누군가 주인의식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 뚝심있게 밀어붙일 때 비로소 그 달콤한 맛을 볼 수 있는 어렵고도 힘든 작업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그 성패는 돈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사람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 그럼에도 이 투자가 반드시 성공해야 비로소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기대하는 경제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세수확대 등의 부수적 효과 역시 책임감 있는 누군가가 투자에 성공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이번 특사는 점차적으로 소멸돼가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동력을 찾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글/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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