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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친고죄 폐지' 연예인은 웃었지만 엄태웅은...


입력 2016.09.19 09:31 수정 2016.09.19 09:32        민교동 객원기자

간통죄, 친고죄 폐지 후 달라진 연예계 판도

박유천 등 무혐의…유부남 엄태웅 '이목집중'

간통죄, 친고죄 폐지 후 달라진 연예계 판도
박유천 등 무혐의…유부남 엄태웅 '이목집중'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근본적인 삶의 변화는 당연히 법의 변화에 기인한다. 이란 까닭에 법을 새로 만들고 고치는 역할을 하는 국회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있었던 가장 법의 민감한 변화로는 간통죄 폐지와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가 있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간통죄 폐지로 결국 연예인들은 웃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더 이상 사적인 영역이 불륜으로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불륜은 민사상으로는 처벌 대상이며 이로 인해 ‘상간녀’라는 새로운 자극적 용어가 탄생했지만 더 이상 간통 혐의로 체포돼 수의를 입은 연예인은 볼 수 없게 된 만큼 그 충격도 크게 줄어들었다.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는 2016년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다. 평균적인 발생 비율이 1년에 채 1건도 되지 않던 연예인 성범죄가 올해에는 유난히 많이 불거지고 있다. 그 시발점이 된 박유천의 경우 무려 4건의 성폭행 고소를 동시다발적으로 당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연예관계자들은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이 폐지됐을 당시 환영의 뜻을 보였다. 성폭행 등 연예인이 가해자가 되는 성범죄의 이면에는 소위 꽃뱀이라 불리는 여성들이 관여된 사건이 많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사건이 불거지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연예인은 끝까지 싸울 동력을 잃기 쉽다. 행여 재판까지 가서 승소할 지라도 수년의 시간이 흐를 수밖에 없으며 그 사이 활동 중단에 따른 피해와 이미지 하락 등 그 피해가 더 극심하기 때문이다.

과거 성범죄 친고죄 조항이 살아 있을 당시에는 피해자의 고소 취하가 이뤄지면 곧바로 사건이 종결됐다. 연예인 입장에선 성폭행을 하지 않았을 지라도 거액의 합의금을 건네고 사건을 종결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

연예인이 ‘상처뿐인 영광’보다는 ‘상처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 빨리 치유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동안 피해자 위치에 서 있던 여성은 거액의 합의금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런데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면서 연예계에선 꽃뱀들이 헛된 고소를 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높았다.

실제로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이 폐지된 이후 수년 동안 연예인 성범죄도 사라지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행여 정말 성범죄를 범한 연예인이 등장할 경우 합의로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박유천, 이민기, 이진욱 등이 연이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지만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이끌어 냈으며 오히려 이들을 고소했던 피해 여성 가운데 몇 명은 무고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내몰렸다.ⓒ 데일리안DB_연합뉴스

기본적으로 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로 웃은 것은 또 연예인이 됐다. 박유천, 이민기, 이진욱 등이 연이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지만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이끌어 냈으며 오히려 이들을 고소했던 피해 여성 가운데 몇 명은 무고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내몰렸다. 연예관계자들은 성범죄 친고죄 조항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불거졌다면 이들 가운데 일부, 아니 대부분이 합의로 사건을 조기에 종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물론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경우 ‘고’를 외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무래도 세간의 관심은 사건 초기에 집중된다. 사건이 불거지면 일단 경찰이 수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추가 수사를 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으로 넘어가 재판을 거쳐야 유무죄가 가려진다. 1심에 불복할 경우,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가서 형이 확정되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 2~3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중은 늘 사건 초기, 그러니까 경찰 수사 결과에만 집중한다.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올 경우 대중의 관심 역시 거기서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성범죄의 특성상 경찰 수사는 피해자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다. 명확하게 가해자에게 혐의가 없다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피해자가 분명한 성범죄에서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을 지라도 검찰에서 불기소를 할 수 있고 검찰이 기소했을 지라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 법원에서도 1심에선 유죄가 나왔지만 2심이나 3심에서 무죄가 나오기도 한다. 주병진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진 대표적인 사례이며 성현아는 대법원까지 가서 억울함을 밝혀냈다.

그렇지만 재판까지 가서 이기는 경우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다. 따라서 아예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는 게 연예계의 속성이다. 따라서 100% 무혐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단 1%가 부족할 지라도 과거 연예계에선 합의로 사건을 종결하는 방식, 다시 말해 판돈을 다 잃을 지라도 ‘스톱’을 외쳐 최소한 독박은 피하는 방식을 선택하곤 했다.

그렇지만 친고죄 폐지로 성범죄 피소 연예인은 ‘스톱’을 부를 기회를 잃었다. ‘고’를 외쳐 판돈을 모두 가져오거나 ‘독박’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박유천, 이민기, 이진욱 사건은 모두 연예인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민기의 경우 오해로 불거진 소송인만큼 논외로 할지라도 박유천과 이진욱은 사건 초기 절체절명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카드를 받아냈다. 아직 박유천은 ‘성매매’라는 또 다른 위협적인 상황에 놓여 있지만 최소한 성폭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스톱’을 부를 찬스가 사라진 것이 이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된 셈이다. 아무래도 합의로 사건이 마무리될 경우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고 관련 피소가 오해였다는 방식으로 위기를 헤쳐 나올 순 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고’를 외쳐 경찰 수사가 무혐의로 나온 만큼 석연찮은 구석이 전혀 남지 않게 됐다.

배우 엄태웅이 성폭력 특례법으로 피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가장 늦게 성범죄에 휘말려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엄태웅이다. 미혼인 박유천, 이진욱 등과는 다른 상황인 유부남이기 때문이다. 이진욱의 경우 애초부터 해당 여성과의 만남은 인정했지만 성폭행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해 취재진 앞에 선 이진욱은 “무고는 절말 큰 죄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온 발언이 아닌 평소 가깝게 지내던 법조인들의 도움을 받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발언으로 사건을 ‘성폭행과 무고죄’의 대결 구도로 만든 이진욱은 성폭행에 대한 의혹 어린 시선을 무고죄 논란으로 탈바꿈 시키며 사건 초기 여론의 방향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진욱은 무혐의를 받으며 성폭행 가해자에서 무고죄 피해자로 캐릭터를 바꾸며 이미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로 ‘스톱’을 외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강한 자세로 우렁차게 외친 ‘고’가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반면 엄태웅은 피해 여성과의 성관계 자체가 존재하느냐가 이미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성폭행과 무고죄의 대결 구도로 사건을 몰고 가는 데에도 어려움이 크다. 박유천이나 이진욱의 경우처럼 성폭행 사건에서 무혐의로 위기를 탈출할 지라도 ‘간통’이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간통죄가 폐지돼 성관계 여부가 드러날 지라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지만 이미지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엄태웅은 하나의 사건으로 간통죄 폐지와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와 모두 연관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간통죄 폐지에서도 연예인이 웃었고 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에서도 연예인이 웃었지만 두 사안에 모두 연루된 엄태웅은 웃기 힘든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엄태웅은 무혐의는 기본, 성관계 자체도 없었음을 입증해야만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엄태웅의 경찰 수사 결과에 더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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