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좌석제 운영, 적자 피할 수 없는 구조
정세균 총리 "내달 1일 합리적인 거리두기 개편안 마련할 것"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연예술 분야의 매출 피해는 823억원에 달한다. 전체 문화예술분야 피해 추정액(15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고용 피해 추정액 역시 305억원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그 규모가 월등히 컸다.
하반기에도 피해는 계속됐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연예매수는 지난해 대비 63.5% 급감했고, 공연예술 피해액만 3900억에 육박한다. 관계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공연예술계의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거리두기 완화로 연기됐던 공연들이 다시 개막 일정을 잡고, 무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웃을 수많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연장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면서 공연장은 여전히 거리두기 좌석제로 운영되고 있다. 결국 전체 좌석의 반절 가량, 기껏해야 65%도 되지 않는 수준만 가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좌석의 70% 이상을 채워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어 결국 거리두기 좌석이 운영되는 이상, 적자는 불가피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피해를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빚이 늘어가는 처지가 될 수 있다”면서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공연계는 지금까지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공연장 내 감염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공연장을 계속해서 고위험군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도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면서 지난 28일 ‘공연예술의 정상화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무분별한 공연장 폐쇄와 공연의 중단, 취소가 없도록 해달라고 청했다.
협회는 이 성명서에서 “클래식 공연 등 상업성이 약한 순수기초예술 장르의 경우 소규모 공연기획사를 비롯한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는 실로 막대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문화시설들의 전면 폐쇄나 객석 제한 등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 많은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생계 위협은 물론 국민의 문화향유 단절로 인한 문화적 삶의 질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또 협회는 최근 정부에서 예매 할인권 지원과 공연 재개 방침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아직도 공연장 사용 제한이나 공연의 중단, 취소 등의 여론을 조장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다만 29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총리 서울공관인 서울 종로구 삼청당에서 예술인들과의 목요대화에서 공연업계의 생존을 위해 한 칸 띄워 앉기 지침 완화가 필요하다는 건의에 “방역과 공연업이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내달 1일을 목표로 방역당국에서 검토 중인 거리두기 개편안에 공연업의 특수성과 관객의 요구사항이 고려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해 공연업계가 다시금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