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제재위 내년 개최…증권사 "금감원 내부통제 개편 우선"
펀드 보상비율 차일피일…전문가 "개정안 입법 등 투자자보호 서둘러야"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증권사 간의 볼썽사나운 치킨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펀드 환매사태의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양 기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실제 거액의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길어지고 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옵티머스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 일정은 내년 1분기에야 열릴 예정이다. 라임·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판매사에 대한 제재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우선 라임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은 현재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앞서 지난 달 10일 금융감독원 재제심의위원회는 대규모 환매 중단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경영진이 내부통제에 소홀한 것으로 보고 중징계를 내렸다.
제재심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에게는 직무 정지를, 최근 연임에 성공한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각 증권사들은 금감원을 상대로 한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라임 사태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모펀드 4개, 자펀드 173개에 대해 환매중단을 선언해 1조6679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발생시킨 사건이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증권사가 펀드를 파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라임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감독당국인 금감원에 있다는 입장이다. 라임 사태에 연루된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의 비위를 막지 못해 사태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실제 김 모 전 금감원 팀장은 라임의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라임펀드의 검사 정보를 빼돌렸다. 라임펀드를 검사했던 금감원 수석조사역은 룸살롱에서 김 전 팀장을 만나 유흥을 즐기고 라임 검사 관련 내부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금감원의 내부통제 미흡은 내년 2분기에야 제재심이 열릴 옵티머스 사태에도 적용된다. 옵티머스 사태는 지난 7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서 5151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은 옵티머스 측에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변모 전 수석조사역은 옵티머스 현장검사 당시 금감원에 청탁 전화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증권사들은 결국 금감원은 주요 임무인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놓고 판매사 제재를 통해 본인들의 잘못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와 금감원 간의 이 같은 부실·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실제 피해자의 고통을 더 깊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방으로 인해 사건 처벌 및 보상이 늦춰지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지난 7월, 2018년 11월 이후 해외 무역채권 등에 투자하는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TF-1호'의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사상 첫 100% 배상 결정을 내렸다. 지난 2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플루토 TF-1호에서 기초자산의 예상 회수율이 50~68%에 그쳤음에도 100% 보상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같은 라임자산운용이 판매한 해외 펀드인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분쟁조정 비율을 산정하지 않았다. 실사 과정이 진행 중이고, 판매사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따져볼 부분이 있어서라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옵티머스도 비슷하다. 금감원은 지난 달 11일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펀드 회수율을 추산한 결과 전체 펀드 판매잔액인 5146억원의 7.8~15.2%(401~783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해금액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더 줄어든 셈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부각돼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세간의 목소리가 높다"며 "사모펀드 시장의 도약과 발전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해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서로 감시하고, 확인하는 의무가 사라지자 옵티머스와 같은 사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은행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에 안전한 상품이라는 말로 투자자들을 유혹한 금융사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하루 빨리 피해자에 대한 조속한 배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