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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이인영 구상'에 선 긋는데…통일부 "예단 안 해"


입력 2021.03.17 01:00 수정 2021.03.17 04:5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김여정, 이인영 발언 인용하며 '불쾌감' 표해

이인영 금강산 구상에도 '거리두기'

통일부 "빠른 시일 내 대화 재개돼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자료사진)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구상에 선을 그은 가운데 통일부는 북한의 향후 조치를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향후 취할 "여러 조치를 예단하기보단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시도와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말씀드린다"며 "남북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해 협상에서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이날 오전 북한 관영매체 등을 통해 보도된 개인 명의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 연습'으로 규정하며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 관련 기구 폐지는 물론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특히 이인영 장관이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연합훈련 관련 '표현'을 직접 인용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말장난에 이골 난 남조선 당국자들이 늘 하던 버릇대로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방식의 지휘소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며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연합훈련 연기·취소를 주장해온 이 장관은 연합훈련 개최 확정 이후 북측의 '유연한 판단'과 '인내심' 등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코로나 완화 시 금강산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는 이 장관 구상에도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다"며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는 "실제 행동을 예고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말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북측이 김 부부장 담화를 북한 주민들도 읽을 수 있는 노동신문에까지 실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모습(자료사진) ⓒ 조선중앙통신
美 외교·국방 장관 방한 앞두고 나온 담화
'대미 메시지'라며 애써 의미 축소하는 분위기


지난해부터 북한의 '대남 스피커' 역할을 맡아온 김 부부장이 남측의 '대북 스피커'인 이 장관을 겨냥해 반박 메시지를 쏟아낸 모양새지만, 통일부는 남북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정부는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말로 담화에 대한 입장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 담화가 미국 외교·국방 장관 방한을 앞두고 발표된 만큼, 표면적으론 남측을 겨냥했더라도 행간에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 말미에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연합훈련이 조만간 마무리되고, 미국 국무·국방 장관의 한국 방문을 하루 앞둔 시점에 나온 담화라는 데 주목한다"며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이번 '2+2회담'을 계기로 북한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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