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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10억' 우스운 공공재개발…첫삽 뜨기도 전에 고분양가 논란


입력 2021.04.22 06:00 수정 2021.04.21 18:19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주변 시세 70~75% 반영, 전용 84㎡ 기준 10억 '훌쩍'

"공공성 퇴색된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어"

흑석2구역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 방안으로 내놓은 공공재개발이 시행 전부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 탓에 정작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동작구 일원 흑석2구역의 일반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70~75%를 반영한 3.3㎡당 3942만~4224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당초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인근 신축 단지의 60~65%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려고 했으나 흑석2구역 주민들이 사업성 부족으로 공공재개발 철회를 시사하자, 결국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공공재개발은 분양가상한제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SH는 주민설명회 당시 민간재개발 대비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재개발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평당 분양가는 SH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최대 600만원가량 적은 3615만원 수준이다.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성북1구역 전경.ⓒ뉴시스

인접한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격이 2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같은 평형대 흑석2구역 일반 분양가는 13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청약을 진행한 흑석3구역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 84㎡는 약 10억원에 분양한 바 있다.


동작구 소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비교적 좋은 입지에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거라 생각하고 문의가 들어오는데 예상 분양가를 들으면 놀라는 분들이 많다"라며 "아직 공공재개발은 실체도 없는 상황에서 같은 돈을 투자한다면 브랜드 대단지에 투자하라고 고객을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했다.


다른 공공재개발 사업지 분양가도 비슷한 수준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1차 후보지로 함께 선정된 동대문구 용두1-6구역 전용 84㎡ 예상 분양가격은 12억원 정도다. 인접한 '동대문롯데캐슬노블래스'의 같은 평형대는 지난달 15억95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강북5구역도 공공재개발 추진 시 전용 84㎡ 일반 분양가는 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는 올 2월 15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강북구 일원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려주겠다고 하는 사업인데 집값이 10억이라고 하면 부담스럽지 않겠냐"면서 "8억~9억원 정도면 적정 수준이라고 생각할 텐데 그 이상 가격이면 쉽사리 청약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사업이 소유주들의 입맛을 맞추다 공공성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미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된 곳들이기 때문에 사업이 몇 년 더 늦어진다고 해도 주민들은 크게 아쉬운 게 없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시범단지고 정부에서도 주택공급 성과를 보여야 하는 만큼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수용하다 보니 생긴 결과"라며 "이렇게 되면 공공성은 완전히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용적률도 무리하게 높이다 보니 토지지분도 반 토막 나게 생겼다"며 "집도 자산의 한 부분인데 결국 비싼 값을 치르고 내 집 마련을 했지만, 향후 일반 아파트보다 값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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