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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자신의 의지로 삶을 다지는 한 여성의 성장담


입력 2021.07.15 13:53 수정 2021.07.22 11:22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블랙 위도우’

마블 영화에서 11년 동안 블랙 위도우의 캐릭터를 연기해 온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 ‘블랙 위도우’(Black Widow)를 끝으로 아름다운 퇴장을 한다. 요한슨은 ‘아이언맨2’(2010)에 처음 등장해 ‘어벤져스:엔드게임’(2019)까지 모두 7편의 마블 영화에 출연했다. 블랙 위도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남성 히어로의 상대역으로만 머물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존재감을 키워가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여성 히어로로 자리 잡았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그동안 베일 속에 숨겨져 있던 블랙 위도우, 나타샤의 이야기를 다룬 솔로 무비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 동안 개봉을 연기해오다 최근 개봉하게 된 영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블랙 위도우가 등장한 이후 무려 11년 만에 나오는 첫 솔로 영화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만큼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는 나타샤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다. 1995년 미국 오하이오주 작은 마을에 사는 나타샤의 가족은 평화롭고 행복한 듯 보이지만 사실 러시아 정보기관이 구성한 위장 가족이었다. 이들은 미 당국에 발각되기 직전 탈출에 성공한다. 세월이 흘러 나타샤는 어벤져스에 합류해 블랙 위도우로 활약하다가 옛 가족들과 만나면서 어두운 과거를 대면하게 된다.


영화는 현대사회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다. 가족이라고 하면 아빠, 엄마, 자녀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도 있다. 나타샤의 가족은 혈연관계가 아닌 프로젝트로 만난 가족이다. 미션 때문에 가족들은 흩어졌고 20년이 흐른 뒤 새로 만나지만 그들은 가족을 소중한 존재로 대한다. 함께 했던 그들의 추억은 세월이 지난 뒤에 만났어도 그대로였다. 가족들은 여전히 식탁에서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잔소리를 퍼 붙고, 나타샤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주신 선물이 빈 상자인 것을 알지만 그것을 열어보며 진짜 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 추억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가짜 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가족이 된 것이다.


여성 영화임에도 여성을 과하게 강조하지 않는다.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과 제작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출연진 대부분이 여성이며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여성들의 이야기를 은은하게 담아냈다. 작품 속에 액션의 스피드와 강도는 남성 못지않다. 하지만 빠르고 과감한 움직임 뒤에 여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유려한 액션이 함께 있다. 눈 속 헬기에서 하강하는 장면이나 뛰고 날아다닐 때 보여주는 화려한 곡선 액션은 여성의 행동처럼 아름답다. 블랙 위도우 요원들은 연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투쟁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성별을 떠나 한 인간의 성장담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오게끔 만든다.


묵직한 서사로 웃음과 감동을 준다. 마블 영화는 젊은 층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장르이며 국내에도 수많은 젊은 팬들이 있다. 히어로의 존재는 강력한 빌런(악당)이 있어야 더욱 빛나는 법인데 그런 면에서 ‘블랙 위도우’의 빌런 태스크마스터의 존재감은 아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나타사의 이야기에 집중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젊은 관객층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마알못’(마블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친숙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점점 커지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과 같은 서비스업에서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마블 영화에서는 남성위주의 액션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주인공 나타샤를 통해 자신의 의지로 삶을 다지는 여성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액션과 드라마로 관객들에게 더운 여름을 날려 보내고 시원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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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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