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드라마 출연·음원 발매하며 활동 영역 넓혀
데뷔곡 ‘후 엠 아이’(Who Am I)에 긍정적 반응 이어져
SNS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가상 인간 로지가 드라마에 출연하고, 음원을 발매하며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앨범에 자신의 고민까지 녹여내며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로지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로지가 데뷔곡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매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앞서 이미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공개한 바 있었지만, 어떤 목소리로, 또 얼마나 자연스럽게 음원을 소화할지에는 궁금증과 우려가 동시에 쏠렸었다.
그러나 음원 공개 직후 구현된 목소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앞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만 해도 비주얼의 현실감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로지는 이번 음원에서는 몽환적인 멜로디에 어울리는 허스키하면서도 안정적인 면모로 ‘매력적인 음색이다’, ‘기대보다 더 괜찮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노래 안에 가상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녹여내면서 스토리텔링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음원 IP 수익화 전문회사인 뮤직바인는 이번 곡에 대해 “로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투영해 ‘타인(You)’에 의해 ‘나(I)’의 가치가 규정되고 판단돼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MZ세대에게, 나이가 들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나다운 첫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라며 앨범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상 인간의 가요계 진출은 이미 1998년에도 이뤄졌다. 당시 ‘세상엔 없는 사랑’을 통해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이 2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은 한층 자연스러운 비주얼과 목소리 구현을 가능케 했으며, 지금의 가상 인간들은 이를 바탕으로 광고 모델은 물론, 드라마 출연과 음원 발매까지 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엇보다 음원에 메시지를 담고,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등 성격과 정체성까지 구축하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연예계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로지는 SNS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에 동참하는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도 체력이 떨어질 염려가 없고, 또 사생활이나 과거로 인한 부정적 논란으로 손해를 입힐 염려가 없는 가상 인간의 장점을 넘어, 대중들과의 공감대 형성까지도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실체가 없는 가상 인간이 대중들과 연대감을 얼마나 형성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이미 가상 세계 활용해 익숙한 MZ세대들에게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하다 보면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없지는 않다. 특히 지금 활동 중인 가상 인간들이 대부분 여성으로 설정되면서, 이것이 성 상품화를 심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가상 인간의 활용 방식에 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하며, 상업적인 활용만이 아닌 가상 인간의 순기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활동 방향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상 인간의 활용이 어디까지 될 수 있는지 지켜보는 단계인 것 같다. 물론 앞으로 활용도는 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활용을 할 수도 있고, 이들의 활용을 통해 확보한 가성비로 더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상업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이들의 순기능을 위해서라도 가능성은 꾸준히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