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발언' 논란 中대사
韓中 경제적 연관성 강조하며
"호혜 협력 발전 추진하길"
韓日中 정상회의 논의 '진전'
한국과 미국, 일본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례 없는 협력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중국의 움직임이 기민해지고 있다.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뭉쳐온 한미일이 '글로벌 도전'에 대한 공조 의지를 피력하자 중국이 운신 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특히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로 한국을 지목해 공략할 거란 관측대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살피는 분위기다.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대사는 31일 오전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이 주최한 한중수교 31주년 기념 전문가 세미나 축사에서 "중국과 한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떨어질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선린우호·호혜상생은 양국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크게 발전하고 있는 반도체, 2차 전지 등 주요 산업의 시장과 원자재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중국과 함께 중한 호혜 협력의 더 큰 발전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중의 경제적 연관성을 강조하며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를 표명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소수의 서방 정치인 및 언론이 '중국 경제 정점론(Peak China)'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은 30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세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엔진이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7월 말 열린 '한중 미래발전 제주국제교류주간' 개막식에서도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다"며 협력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이 한국 정부·사회 각계와 손잡고 지리적 인접성·경제적 상호 의존성·인문적 유사성의 우위를 발휘해 정치적 상호 신뢰의 기초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실무 협력의 잠재력을 발굴하며, 국민 간 소통 루트를 확장해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 추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지난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것은 오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며 한국에 각을 세웠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은 미온적이었던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서도 긍정적 신호를 지속 발신하고 있다.
박진 외교장관과 중국 외교장관을 맡고 있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이날 오후 약 80분간 진행한 통화에서 '한일중 정부 간 협의체의 조속한 재가동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싱 대사도 이날 오전 한일중 정상회의 연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지난달 왕이 위원 발언을 언급하며 "(왕 위원이) 몇 년간 못했는데 잘해보자고 했다. 우리는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일중 외교당국은 3년 8개월간 중단된 3국 정상회의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고위급회의(SOM)를 내달 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다음달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 각각 개최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아세안 관련 회의에는 중국 총리가 참석하고 G20 정상회의에는 국가주석이 참석해 왔다"면서도 "현재까지 (G20 정상회의에) 중국의 어떤 지도자가 나올지 통보해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지는 중국이 G20 정상회의에 누구를 보내느냐에 따라 논의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인도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한 보도에서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