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찰→수의계약’ 수순…출혈경쟁 지양 분위기↑
‘양보단 질’…핵심 사업지 장기간 공들여 일감 확보
압구정2·여의도 시범 등 하반기 정비사업 대어 줄줄이
재건축·재개발 등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 출혈을 막고 핵심 사업장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려는 모습으로 이로 인해 웬만큼 알짜 사업이 아니면 경쟁입찰 구도가 형성되기 쉽지 않다.
1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단독 입찰’ 후 ‘수의 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다.
건설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다 특정 건설사가 일찌감치 수주에 공들인 사업장에는 매몰 비용 발생 등 출혈 우려로 섣불리 뛰어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불꽃 튀는 수주 경쟁을 치르는 사례는 드물어졌다.
총 사업비만 1조7584억원 규모로 올해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한남5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DL이앤씨만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DL이앤씨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곳은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한강 조망 비율이 가장 높고 다른 구역 대비 평지가 많아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설명회 당시 10개사가 참여할 정도로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나 DL이앤씨가 오랫동안 수주 의지를 피력한 탓인지 경쟁입찰은 성사되지 않았다.
조합은 다음 달 말 총회를 개최하고 DL이앤씨의 시공사 선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주를 위해 특정 건설사가 몇 년씩 조합원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터를 닦아둔 상태라면 노른자위 사업장이라고 해도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며 “뒤늦게 수주 활동에 나서더라도 우위를 점하기 힘들고 그러다 철수하면 그동안 투입된 비용은 회수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우성1·2·3차는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마담 결과 GS건설만 단독으로 응찰했다.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역시 현대건설만 입찰했으며 두 번째 열린 현장설명회에도 현대건설만 자리해 무혈입성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한화건설의 2파전이 예상됐던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내부 검토 끝에 입찰을 포기하면서 한화건설 단독 입찰이 유력시되고 있다.
올 들어 수도권에서 수주전을 치른 사업장은 극히 드물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하게 접전한 한남4구역,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경합한 경기 성남은행주공 등 2곳 뿐이다.
여기에 지난 15일 입찰을 마감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된 정도다.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1분기가 지나도록 마수걸이를 하지 못한 건설사들도 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중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 대우건설은 올 들어 수주 실적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랑구 면목7구역 재개발을, 대우건설은 경기 군포1구역 재개발의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에선 하반기 대기 중인 굵직한 사업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이 상반기 비축했던 체력을 소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표적인 수주 격전지로 예상되는 노른자위 사업장으로는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 여의도 시범아파트, 성수전략정비구역 1·2·3·4지구 등이 꼽히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당분간 회복되길 기대하기 어렵고 공사비도 점점 오르다 보니 이제 저가 수주와 출혈경쟁은 이제 불가능해졌다”며 “물량을 늘려 수주고를 채우기보다 입지와 사업성 등이 탄탄하고 자사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사업지 하나를 챙기는 게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시간이 돈이고 얼마나 사업을 빨리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시공사를 찾지 못해 장기간 사업이 제자리걸음 하는 사업장도 태반이어서 조합도 먼저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가 있으면 어느 정도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