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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 유통가 'PPL' 변천사 아시나요


입력 2016.03.27 11:43 수정 2016.03.28 08:45        임소현 기자

카페베네·망고식스, PPL로 인기 카페 반열 등극…탄산수 시장도 PPL 수혜

롯데칠성음료 트레비 이미지. ⓒ롯데칠성음료

유통업계에서 PPL(Product Placement) 열풍이 다시 한 번 불고 있다. 최근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간접광고 매출 '대박'을 내면서 점차 약해져가던 PPL 불씨가 되살아났다. PPL은 특정 상품을 방송 매체 속에 의도적이고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광고 전략을 말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가 최근 PPL로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PPL은 소비자들의 안방 TV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친숙함을 살리는 광고 효과로 유통가 광고팀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너무 과한 PPL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던 PPL로 수혜를 본 기업은 어떠했고 오히려 비판의 대상에 올라야 했던 기업은 어디였을까. 짧지만 파란만장한 PPL 변천사를 살펴본다.

◇우리나라 PPL 역사 '한 획' 그은 카페들

사실 PPL 역사를 되짚어 보면 1800년대 대중영화가 상영되면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광고의 효과를 논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가까운 198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를 첫 PPL 사례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영화에서는 허쉬 사의 초코볼이 등장하고 이 초코볼은 영화 개봉 이후 매출이 급증하면서 PPL의 효력을 단적으로 증명한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전문점 PPL 역사에 망고식스와 카페베네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PPL이 낳은 황금알로 단번에 '인기 카페' 반열에 들었다. 카페베네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지붕뚫고 하이킥, 2010년 커피하우스, 2010년부터 2011년 시크릿가든에 배경으로 등장해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붕뚫고하이킥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카페베네의 대박 직후인 2012년 신사의품격에 등장한 망고식스는 2013년 상속자들, 2013년부터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2015년 킬미힐미까지 인기 드라마의 PPL 자리를 꿰찼다. 이에 따라 망고식스는 지난해 중국 현지 기업 2개사와 후난성 등 6개성 사업에 대한 2건의 마스터프랜차이즈 협약식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망고식스 관계자는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인지도를 끌어올렸다"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으로 한류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자 홍췐루 등 한인타운에 위치한 매장에서는 2시간 기다려 주문한 메뉴를 받을 정도로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소했던 '탄산수 시장' PPL로 개척

지난해 급성장한 탄산수 시장 역시 PPL의 수혜자다.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는 tvN 예능 '꽃보다 청춘', 코카콜라의 '씨그램'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 '삼시세끼 어촌편' 등이 그 대표작이다.

이들은 인기 예능에 자연스럽게 탄산수를 마시는 장면과 브랜드를 노출시켜 생소했던 탄산수를 친숙한 이미지로 포장해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아이시스 8.0'을 최근 태양의 후예 PPL로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식음료 시장에서 PPL은 아직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하늘보리 아이스 스파클링 이벤트 이미지. ⓒ웅진식품
뿐만 아니라 지난달 출시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아이스 스파클링은 Mnet '프로듀스 101'에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연습생들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보리맛 탄산수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같은 탄산수지만 PPL로 비판의 대상에 오른 제품도 있다. 일화 초정탄산수는 SBS '인기가요' 지난해 4월 5일자 방송분에서 진행 장면 앞쪽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저게 뭔가요.." "왜 저렇게 서있나 했더니 PPL.." 이라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초정탄산수가 PPL로 참여한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가면'에서도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남자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초정탄산수가 화면에 같이 잡힌 것. 심지어 약을 먹는 주인공이 물이 아닌 탄산수로만 약을 먹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의학전문가는 "약은 생수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철분제가 들어있는 약은 탄산이 약 흡수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약 성분마다 다르며 한 번 정도는 괜찮지만 지속적으로 약과 탄산수를 함께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요즘 추세는 '협찬인 듯 협찬 아닌 협찬 같은'

최근 JTBC 예능 '님과 함께 시즌2- 최고의사랑'이 과한 PPL로 논란을 가져왔다. 출연자인 윤정수가 김숙의 카드로 특정회사의 에어컨을 구매하자 김숙이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다양한 에어컨 기능을 보고 화를 푸는 연출에 시청자들은 공분을 금하지 못했다. 더더군다나 아직 꽃샘추위마저 물러가지 않은 3월의 방송분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프로그램 출연자인 허경환과 오나미도 특정 회사 청소기를 꺼내 청소하며 기능에 감탄하는 장면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진짜'같은 결혼 상황을 기본 설정으로 해 PPL 대란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악평을 받았다. 이처럼 과한 PPL은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와 반면 태양의후예에 등장한 서브웨이 샌드위치 PPL은 과하지 않은 설정으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이끌어냈다. 방송이 끝난 후 샌드위치 브랜드를 묻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랐고, 협찬이라는 사실을 안 소비자들이 오히려 "먹고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GS리테일 CI. ⓒGS리테일
여기에 코미디TV의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편의점편에서 배경으로 등장한 GS리테일의 GS25도 PB제품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출연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편의점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최근 PB제품을 강화하고 있는 편의점으로서는 확실하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방송분에서 소개된 '부대찌개라면' 레시피는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과하지 않은 설정으로 자연스러운 PPL이 최근 PPL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PPL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속으로 침투한 것이니만큼 프로그램 진행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용된다면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용인할 관대함을 가진 듯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PPL은 '대박'을 칠 수도 있고 '쪽박'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요소라는 사실을 광고 실무자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가장 효율적인 광고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PPL의 매력도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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