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증세 외면…‘증세 없는 복지’ 외친 결과
간접세 개발 속도…“논란만 일으킬 뿐 실리 없어”
‘사람이 먼저다’ 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중에서도 복지에 거는 희망은 말 할 것도 없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 정부가 복지의 기틀을 마련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무상복지의 실현은 신기루와 같았다. 정부는 해마다 추가경정예산을 짰다. 곳간이 비면 국채를 찍었다. 그 바람에 나랏빚은 단숨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어섰다. 역사는 문재인 통치기를 재정건전성 훼손기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됐을까. 땜질만 하고 정통 증세는 외면했기 때문이다. 복지엔 큰 돈이 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국 정치는 이 명백한 진리를 자꾸만 부정한다. 국민 앞에선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고 뒤로는 새로운 세원(稅源)을 발굴하고 개발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와 음료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류가 들어간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담배에만 부과하는 건강부담금을 당류 첨가 음료에도 적용해 관련 상품 판매·소비 감소와 대체음료 개발 등을 유도,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식습관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한국 성인의 36.6%가 비만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의료비 등 경제적 손실이 2018년 11조46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일리 없는 주장은 아니다. 설탕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해 현재 프랑스·영국·노르웨이 등 40여 개국에서는 시행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설탕세에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세금이 부과되면 음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만 문제를 운동이나 교육이 아닌 증세로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다.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보기좋게 포장했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입장에서도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비만을 줄이기 위함이 목적이라면 대체재 생산 장려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대체감미료를 이용한 저당 음료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물음표는 따라 붙는다.
국가의 재정은 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꼼수와 같은 선별증세로 실제 확보할 수 있는 나랏돈은 뻔하다. 겉만 요란하고 논란만 일으킬 뿐 실리가 없다. 상품에 붙는 세금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될 뿐 ‘건강한 세상’ 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긴 어렵다.
간접세를 중심으로 우회적인 증세 꼼수를 해놓고 ‘소비자 선택’으로 포장하는 치졸함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과 같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이라는 원칙을 토대로 증세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임을 진실로 믿는다면, 지금의 열악한 환경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섣부른 정부의 선택은 생산적인 기업 정신을 위축시키는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금이라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