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 기조 이어갈 듯
내달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 불가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은은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줄여나갸야 한다는 기조 아래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신임 총재가 이주열 한은 총재와 비슷한 ‘매파’적 성향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24일 한은과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창용 후보가 한은 총재에 취임해도 최근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를 현 1.25%에서 1.75~2.0%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이창용 후보자는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전문가로 학계와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에서 경험을 쌓으며, 이전부터 한은 총재 하마평에 여러차례 이름을 올렸다. 통화정책 성향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구분하기 어려운 중도파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그가 아·태 국장으로 근무한 IMF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대체로 비둘기파 성향을 띈다. 그러나 최근 언론 입터뷰 등을 살펴보면, 가계부채 급증이나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하는 등 통화긴축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후보 지명자로서 내놓은 첫 공식 메시지에서 ‘성장’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한은을 통해 배포한 지명 소감에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과 경기 리스크(위험)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성장, 물가, 금융안정을 어떻게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지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통화완화 축소 명분으로 ‘물가 상승 압력’과 ‘금융불균형 해소’를 내세운 이주열 한은 총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와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심화될 조짐을 보이며, 국내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성장에 더 집중하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전날 송별간담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4주 지난 시점에서 보면 전쟁이 국내 물가에 꽤 상승 압력을 가하고, 성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국장이 취임하면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 중요성이 고조됐고, 물가·부채 제어와 같은 금융안정이 필요해 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정책 스탠스는 최근 1년간 한은 스탠스 대비 덜 매파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의 금통위원이 금리인상 필요성에 공감했다.
변수는 청문회 일정이다. 청문회 준비기간만 통상적으로 20여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로썬 4월 금통위는 총재 공백이 불가피하다. 한은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금통위원을 의장 직무대행으로 결정했다. 주 위원의 직무대행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6개월이다. 금통위 의장 직무 대행은 한은법에 따른 것으로 금통위는 한은 총재가 주재해왔다.
시장은 금통위가 합의제 기구라해도 의장 직무 대행이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동결이 더 우세한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