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품에 안긴 대우조선해양…처우 개선 기대감 ↑
대우조선해양 퇴사자 대부분 현대중공업으로 이직
“현대중공업으로 가신 분들 후회할 겁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발언이다. 이 관계자의 발언처럼 대우조선해양을 떠나 현대중공업으로 간 근로자들이 후회할 날이 실로 올 수도 있겠다.
실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재계 서열 7위 그룹 계열사에 걸맞은 처우와 근무환경을 제공해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년 표류 끝에 한화 품에 안긴 대우조선의 처우가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단 것은 당연한 소리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어마어마한 회사 부채로 동종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부족한 처우는 인력 유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수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대우조선은 대규모 인력유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우조선의 퇴사자 70~80%가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인들이 지금보다 나은 조건의 기업을 찾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희미해진 요즘 더 높은 연봉을 제안하고, 미래 비전이 명확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이 심한 조선업계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우조선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조선 4사는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HD현대가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조선4사 출신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개인적으로 접촉해 스카웃 제의를 했단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HD현대는 업계 1위다 보니 지원자들이 많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회사 간 공방과 무관하게 세간에선 떠난 근로자들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근로자의 처우가 열악하단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남은 근로자들이 이직자들보다 셈법에 둔하고 능력이 없어 대우조선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우조선 근로자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이들도 힘든 나날들을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근거 없는 자부심도 아니었다. 대우조선의 기술력은 실제로 대단했다.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량을 싹슬이하다시피 하며 지난해 2년 연속 연간 수주액 100억 달러를 넘겼다. 대우조선에서 6주 간의 정밀 실사를 한 한화 또한 이 기간 동안 이들의 기술력과 우수한 맨파워(인력)를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기에 한화에서도 이들이 마땅한 처우를 받는 것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 동종업계 중 임금이 가장 높은 현대중공업보다 처우가 더 좋아질 수 있단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믿음과 의리’를 중시하는 김승연 회장의 기조에 따라 한화 계열사들이 동종업계 대비 높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기대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대우조선을 떠난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에서도 대우조선을 지킨 근로자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자부심’ 하나로 대우조선을 이끌고 있는 근로자들이 이제는 마땅한 대접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