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국토위 법안소위, 실거주 의무 개정안 빠져
시장 불안 가중…‘차라리 과태료 내자’ 볼멘소리도
“정책 혼선, 애꿎은 수요자만 피해…보완대책 내놔야”
정부가 1·3대책에서 약속한 실거주 의무 폐지가 끝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으면서다.
전문가들은 시장 혼란이 불가피해진 만큼 법 개정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토교통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날 법안소위는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을 처리할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를 앞둔 데다 내년부터 정치권이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 관련 법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져서다.
여야가 임시국회를 개최해 이달 중 추가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지만 21대 국회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내년 5월 21대 국회의 회기가 종료되면 계류된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지난 2021년 2월 도입된 실거주 의무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일반청약 당첨자에게 최초 입주일로부터 최장 5년간 거주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만큼 투기수요의 유입을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위축된 매수심리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약속했다. 지난 4월부터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전매제한은 대폭 완화됐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여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정부 여당은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당장 입주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을 위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야 한단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규제가 사라지면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실거주 의무를 두되 시행령을 통해 조건부 예외를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연내 실거주 의무 폐지가 어려워지면서 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장 분양권 거래가 막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과태료를 내고서라도 집을 팔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고 집을 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전세를 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혼선으로 시장 불안만 가중시켰다고 꼬집는다. 법 개정이 어려워진 만큼 시행령 개정 등 조속히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견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세를 내주고 향후 실거주하더라도 인정해주는 등 유권해석을 한다든지, 전매할 수 있는 조건을 보다 확대하는 등 시행령을 개정한다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어쨌든 정부에서 실거주를 폐지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는데 이게 국회에서 막혀버렸으니, 정부 정책을 믿는 국민을 위해서 어떤 보완 방안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아가 추가 논의하자고 얘기는 됐다지만, 당분간 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일단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 이후 다수당이 바뀌는 등 총선 결과에 따라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는 재개되겠지만, 그때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달라질지가 또 문제여서 장담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