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기준 일부 완화, 생숙 소유주들 전환 움직임
숙박업 신고 vs 오피스텔 전환, 동의율 100% 확보 난관
각종 요건 충족하더라도 지자체 허가 없이는 무산
정부가 생활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용도전환이 수월하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소유주들 사이의 찬반이 엇갈려 동의율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완화된 요건을 맞추기도 녹록지 않아서다.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생숙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생숙은 2012년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관광 수요를 위해 취사 가능한 숙박시설로 도입됐다가, 집값 급등기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 받았다. 그 결과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될 수 있는 생숙 규모는 11만실에 달한다.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 받았다가 발이 묶여 꼼짝없이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생긴 실수요자들이 적지 않다고 판단해, 주거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이번 지원방안에는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던 주차장과 복도 폭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피스텔의 경우 가구당 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인근 부지를 확보해 외부 주차장(기계식 포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복도 폭이 좁더라도 피난시설 및 방화설비 등을 보강해 화재 안전 성능을 인정받으면 된다.
규제는 완화됐지만, 오피스텔로 용도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경기 안산시 소재 ‘힐스테이트 라군인테라스 1차’(2554실)는 내년 4월 준공을 앞두고 오피스텔로 용도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곳은 이미 법적으로 충족해야 할 주차면(2627면)보다 훨씬 많은 3402면의 주차공간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여기에 추가로 700면 이상의 주차공간을 더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인근에 용지를 매입하기도 여의치 않단 점이다.
용도변경을 위한 동의율 확보도 걸림돌이다.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소유주들 100% 동의(준공 전)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1차 동의율은 87% 정도다.
어렵사리 용도변경을 마쳤거나 숙박업으로 신고한 소유주들도 적지 않아, 국토부도 준공 전 동의율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완화된 요건을 맞추더라도 실질적인 인허가권자인 지자체 판단에 따라 오피스텔로의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화성시 ‘병점역 우남퍼스트빌 스위트’ 소유주들은 최근 화성시청 앞에서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소유주들에 따르면 복도 폭, 주차장 면수 등 오피스텔 기준을 충족했으나 지자체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해주지 않고 있다.
화성시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해당 생숙이 위치한 곳은 주거용 건물이 자리할 수 없고 인근에 유흥업체 등 위락시설이 있어 용도전환이 쉽지 않단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한 만큼 일률적 변경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기존 지구단위계획을 고수하는 지자체들은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지원방안이 마련됨에 따라 소유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로 불거진 생숙 문제로 발생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원칙은 덮어두고 일단 저질렀다가 목소리가 커지면, 그 사안에 대해 합법화·양성화하는 사례는 우리 사회에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