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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제공하는 극장들…공연계 새 관객층 모객 대안될까


입력 2025.04.16 08:38 수정 2025.04.16 08: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최근 국내 공연계, 특히 뮤지컬 분야에서 관객에게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 환경에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관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샤롯데씨어터

샤롯데씨어터의 뮤지컬 스토리텔링 레스토랑 ‘몽드샬롯’은 작품을 바탕으로 하는 ‘경험’ 제공의 대표적 사례다. 이곳에서는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작품의 스토리와 분위기를 반영한 특별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현재는 ‘알라딘’ 공연 장면을 반영해 직원들부터 음악, 소품, 음식 등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스토리텔러가 각 메뉴에 담긴 작품과의 연관성을 설명해주며 식사 과정 자체를 하나의 몰입형 콘텐츠로 승화시킨다. 관객은 공연 관람 전후로 작품의 세계관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여운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세종 인스피레이션’ 역시 경험 예술 프로그램의 좋은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 관객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백스테이지 투어나 무대 위에서의 청음회, 대극장 로비에서 펼쳐지는 특별 만찬 등 공연장의 숨겨진 공간과 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작품의 특성에 따른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오페라의 유령’ ‘드라큘라’ ‘헤드윅’ ‘하데스타운’ 등은 작품 특유의 향을 개발하고, 조향 클래스까지 운영하면서 후각을 자극해 작품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능과 함께,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희소성을 제공하며 관객에게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즉 공연계가 ‘경험 제공’에 주목하는 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특히나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를 중심으로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점도 주요 배경이다. 이들은 소유보다는 경험 자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특별하고 공유할 만한 경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연 관람과 연계된 독특한 경험 상품은 기존의 뮤지컬 팬덤에겐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하면서 재관람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누림으로써 잠재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미식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몽드샬롯’을 통해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고, 특정 분야의 클래스나 체험을 선호하는 이들은 ‘세종 인스피레이션’의 프로그램을 통해 공연 예술에 입문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즉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공연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경험 프로그램은 기획 및 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며,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제공되는 경험의 질이 낮거나 공연의 본질과 동떨어진다면 오히려 관객의 반감을 살 수 있으며,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지속적인 관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 공연 관계자는 “경험 제공 마케팅은 관객에게 공연 관람 경험을 더 풍부하게 하는 것을 넘어 작품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기존 팬덤의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뮤지컬 관객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이 같은 소통 방식 다변화가 뮤지컬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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