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주주환원율·최대주주 지분율 낮은 가치주 중심으로 주주행동 전망
유통주 신호탄…롯데쇼핑·이마트·농심 소액주주 연대 행동 조짐
플랫폼 액트, 11일 롯데마트·이마트에 ‘2차 주주제안’ 서한 발송 예정
유통주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주주행동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도 주가 저평가가 심화되자 주주환원 요구를 담은 주주 제안을 본격화하고 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해마다 증가 추세인 가운데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도 유통주를 신호탄으로 주주환원율과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가치주를 중심으로 주주행동이 활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마트·농심’ 등의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 플랫폼을 중심으로 연대해 주주제안 서한을 발송하고 정기주총에서 안건 상정을 예고하는 등 행동주의를 개시했다.
플랫폼 액트는 소액주주 의견을 반영해 이날 롯데쇼핑과 이마트에 ‘2차 주주제안’ 서한을 각각 발송한다. 서한 발송 후속 조치로 내달 정기주총에 올릴 주주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에도 돌입했다.
롯데쇼핑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보낸 1차 주주제안에서 과도한 부채사용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과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롯데쇼핑 이사회를 상대로 이를 개선할 것으로 요구했다.
현재 소액주주연대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주총에서의 임원 보수정책 보고 및 승인,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이사회에 반영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 소액주주연대의 경우 이번 2차 서한에서 656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밸류업 정책 수립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주총 임원보수심의제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의 요구도 서한에 담을 예정이다.
앞서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차 서한에서 회사의 밸류업 정책이 미진하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책임경영 실시 등을 요구했는데 2차 서한에선 이를 구체화해 제시할 계획이다.
언록킹 밸류(Unlocking Value)라는 명칭을 쓰는 소액주주는 지난달 말 놈심의 낮은 수익성과 주가수익률을 지적하는 내용의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개인투자자가 공개 주주서한을 발표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유통주를 중심으로 행동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주가가 저평가가 심화되고 있지만 주주환원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진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피 유통지수의 PBR은 0.56배로 같은 날 코스피 PBR 0.88배를 하회하고 있다. 개별종목으로봐도 롯데쇼핑은 0.17배이고, 이마트 0.15배, 농심 PBR 0.84배로 낮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 척도 가운데 하나다. 1배를 밑돌면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의미로 낮으면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은 8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 77건으로 4년새 10배가 늘었다.
증권가는 행동주의 캠페인의 대상이 된 기업들의 대부분은 대주주의 지분율과 주주환원율이 낮은 경향이 있으며 성장주보다 가치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스크리닝 기준은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 기업 중 최대주주 지분율과 자사주 지분율의 합산이 50% 미만인 기업"이라며 "2021년에서 2023년 평균 주주환원율이 30% 미만이고 PBR이 3배 미만이면서 가치주 경향이 상위 30%인 기업들도 여기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